|詩| 편안한 마음 키가 큰 떡갈나무가 내 그림자를 보듬어 주는 한나절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바람 부는 봄날 어느 날 떡갈나무 몸체를 애써 붙잡아주는 내 거동이 이상하다 느슨해진다 키가 큰 떡갈나무가 번쩍이는 해와 달 반대쪽 그 자리에 마냥 우두커니 서서 그냥 그대로 지복(至福)을 누릴 것이야 봄이며 겨울이며 별로 가리지 않고 정신병동 폐쇄병동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은 후 내가 창밖을 내다볼 때 같은 때 © 서 량 2017.05.05 - 2021.01.19 詩 2021.01.19
|詩| 달의 흉터** 월요일 아침 정신병동 복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정신과 과장과 "How are you?", "I am good!" 하며 큰 소리로 떠들다가 내가 "Happy Monday!" 하니까 그놈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Ah, Monday is the worst!" 한다 나는 재빨리 대꾸한다 "That's because Monday is really Moon Day!" 달의 뒷모습을 .. 詩 2015.10.04
|詩| 빼앗기는 마음* 한 달에 한 번씩 205 병동 환자들은 각자 푼돈을 모아 중국 음식을 단체로 시킨다 그리고 넓은 방에 나란히 앉아 요리를 먹는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네 누구도 음식 씹는 소리를 내지 않아요 어쩌나?! 혈색이 안 좋은 정신과 환자들이 부동자세로 묵묵히 입만 움직인다 이건 그들이 들리지 .. 詩 2014.12.13
|컬럼| 203. 코끼리 이야기 50대 중반의 백인 여자가 정신병동에서 환청증세에 시달리며 망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각과 행동이 비정상이라는 이유로 병동 직원들은 그녀를 제압하고 저지하고 매일 약물을 투여한다. 성질이 난폭한 그녀와 아무도 섣불리 말을 섞지 않는다. 간호사들이 주먹으로 얻어맞고 병..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4.03.10
|詩| 금지구역* 날씨 청명한 2011년 11월 20일 일요일 정신병동에서 낮 당직을 한다 창 밖을 내다본다 낙엽이 뵈지 않는구나 저놈은 틈만 나면 화장실에 가서 벽에 머리를 쾅쾅 부딪힌다는데 정신이 죽지는 않을 걸, 부모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지도 몰라 4층 병동에서 내가 쟤는 'twilight zone'에 있다, 했.. 詩 2011.11.21
|환자얘기| 테라의 성생활 테라는 콧날이 오똑하고 속눈썹이 긴 18살의 백인 계집애다. 당신이 믿기 힘들겠지만 6살 때 벌써 정신병원에 두어달 입원했던 적이 있었던 애야. 어떻게 6살 짜리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냐고? 6살 짜리가 정신병원에 얼마든지 입원할 수 있어. 근데 한국 드라마처럼 시청자들은 다 알고 당사자만 모르는 .. 환자 얘기 2011.09.11
|환자얘기| 제이 입원하다 올 64살의 백인남자 제이가 한 달에 한 번씩 날 찾아온 게 벌써 4년이 넘었네. 내가 오죽하면 하도 신경이 쓰여지는 환자라서 그놈을 주제로한 시까지 썼을라구. 당신도 이제는 날 어느 정도 파악했겠지만 나 말이지 환자들 중에 각별히 정이 가는 사람이 있고 마음이 차가워지거나 심지어는 싫은 데 억.. 환자 얘기 2009.03.07
|환자얘기| 나를 골탕 먹인 환자 30여년 전에 뉴욕 코넬의대에 운 좋게 정신과 수련의로 발탁이 돼서 한 6개월이 지난 다음 정신병동에서 입원환자를 상대할 때였는데 마침 내게 배당된 환자가 린다라는 여고생이었어. 미국 온지 얼마 안된 철부지 나이에 그때는 웬만한 양키여자들은 어른이건 애건 왜 그렇게 머쓱한 기분이었는지 나.. 환자 얘기 200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