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3

|컬럼| 392. 마네킹

우연히 인터넷에서 구석본(1949~)의 시, “마네킹의 눈물”을 읽었다. (시로 여는 세상, 2018년 여름호) 얼굴을 뭉개버렸다 눈을 지우고 코를 지우고/ 입조차 깨끗이 뭉개버린 다음/.. 하며 시작했다가 나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 뜻밖에도 당신,/ 나 아닌/ 당신의 원형이 떠오른다.//.. 실로 감동 어린 부분이다. 점포를 닫는 상가의 쇼윈도 바닥에 마네킹이 반질반질한 맨몸으로 팽개쳐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마네킹은 눈을 빤히 뜨고 옆으로 누워 있었는데 나는 마네킹이 속으로 울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시인은 얼굴이 뭉개진 사람 모양의 물체를 과학적 시선으로 응시하지 않는다. 시인은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보는 재능을 발휘하여 모종의 신비한 메커니즘으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