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와 시계 고양이 / 김종란 의자와 시계 고양이 김종란 시간과 시간 사이에 놓여있다 흐름이란 다른 공간으로 사뿐히 뛰어넘는 것 깜빡 살아나는 빛을 감지한다 동공 깊숙이 세계와 나 고풍의 유리창은 예의 바르게 닦여 있다 침묵의 구름 노회(老獪)한 나무 곁 없는 듯이 머문다 소리를 너에게 건넨다 사람 가득 차 붉은 무리의 빛이 시야의 끝에서 잠시 흔들리듯 의자에 앉아 초침 소리를 바라본다 빛은 깜빡 진다 © 김종란 2009.09.09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03
|詩| 꿈꾸는 의자 균형, 순수와 평온으로 이루어지고, 육체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쉬게 하는 좋은 의자처럼, 마음을 달래고 진정시키는 그런 예술을 나는 꿈꾼다. --- 앙리 마티스(1869~1954) 등뼈가 앞으로 구부러진 자세 손바닥을 감싸는 옅은 바람 당신의 꿈은 꿈틀대는 애니메이션 크레파스 크레용의 부드러움 보름달 반쯤 가려진 한밤 짙푸른 넓은 잎사귀 숨소리 고요한 숲이다 앉은 자세로 자고 있어요 팔꿈치에 고개를 푹 파묻은 채 당신의 균형이 망가진다 *이무깃돌 입안에서 잠자는 미녀와의 대화가 빗물로 흘러내리는 *성문의 난간에 끼워서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용이나 이무기 머리 모양의 돌로 된 홈 © 서 량 2022.08.28 詩 2022.08.29
|詩| 창밖의 꽃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가 순전히 내 뜻대로 예쁘다 해도 괜찮은 꽃 서슴없이 태어나서 언뜻 보기에도 향기롭고 눈을 감고 있는 내내 활짝 개였다가 젖빛으로 뭉그러지는 구름 너머 날갯짓 가볍게 이내 사라지는 향기 한참 그득한 꽃 의자에 앉아 고개를 돌리면 직사각형 위쪽 대부분이 하늘로 덮여 흔들리는 창문 밖 조그만 꽃 한 송이 © 서 량 2020.02.20 詩 2020.02.21
|詩| 형제목공소 로터리 좀 지난 골목길 입구의 형제목공소 흰 바탕에 검정색으로 쓴 궁서체 간판 아무도 손재주 좋은 형제를 만나본 적이 없다던데 형이 절름발이라고 소문이 난 형제에게 오래된 식탁처럼 휘청거리는 홀어머니가 있다던데 홀어머니는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웃지도 않으면서 형제는 우애가 있.. 발표된 詩 2011.04.06
소리의 의자 / 조성자 소리의 의자 조성자 음표는 소요하는 소리들을 붙들어 앉힌다 그 자리에 가만 앉아 있거라 다독인다 제 길을 자꾸 잃어버리는 음들을 도의 의자에 레의 의자에 미의 의자에 앉히고 숨돌려 돌아보면 하모니가 되어 소리의 산성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대의 자리가 갑갑한가? 인연의 사슬에 발목잡혔다..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0.12.31
|詩| 이상한 의자 내 등을 제대로 잘 받쳐주는 의자 딱딱한 등받이 윗부분 양쪽에 뜨뜻한 살집이 솟아 있다 봉긋하게 바람결 덩굴장미 줄기 옆구리 불거져 꽃봉오리 펑펑 터지는 식으로 의자에서 날개 한 쌍 스르르 돋아난다 여태 살아 있었구나 새 가구 배달 되는 날 현관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의자는 .. 발표된 詩 2009.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