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 4

|컬럼| 347. 아내가 모자로 보이다니!

-- 시는 고삐가 풀린 감성이 아니라 감성으로부터의 탈출이다. 그것은 성격의 표현이 아니라 성격으로부터의 탈출이다. -- 티에스 엘리엇 (1919) 정신분석에서 쓰이는 자유연상 기법에 따라 시를 쓰려는 습관을 나는 오랫동안 키워온 것 같다. 어릴 적 처음 글짓기 시간에 지침으로 삼았던 ‘본 대로 느낀 대로’를 지금껏 따르려 한다. 무의식 속에 숨겨진 감성과 기억을 되살리기 위하여 앞뒤 문맥이 맞지 않아도 거리낌 없이 말하라고 정신분석은 권유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자유분방한 생각의 흐름을 시작(詩作)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좀 위험스러운 일이다. 말의 흐름이라는 것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면 소통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감성이 너무 앞을 가리거나 앞장을 서는 말투는 시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시인은 자신..

|컬럼| 427. 터프 러브

오래 전 정신과 수련의 시절에 사무치게 배웠다. 환자와의 대화는 되도록 비현실적인 각도를 취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지혜, 두 인간이 나누는 세속적 대화보다는 정신분석적 원칙을 지키는 특이한 기법을. 환자가 스스로 체험하는 의식의 흐름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일상적인 대화나 판에 박힌 인사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환자와 제멋대로 수다를 떠는 것은 경범이 아닌 중범죄로 생각한다. 환자를 접하면서 의사 자신이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것은 가당치 않다. 정신과의사는 어딘지 좀 비인간적인 데가 있어야 한다. 지도교수는 고지식한 정신분석가였다. 그는 환자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직설적인 대화를 ‘football coach approach, 축구코치 어프로치’라 비판한다. 아무런 훈련 없이 누구든지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