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나리꽃 김정기 조간신문을 집으러 돌계단을 오른다. 칠월 아침 건너 집 현관 앞에 노란 나리꽃 무리져 피어 있다. 길고 긴 여름날 허리 잘라 숱 많은 숲 지나와서 엊저녁 읽은 책 한권 그 글자들과 섞여 노란 나리꽃이 비를 맞는다. 떨어진 꽃잎에 스며든 말소리 그 만남이 끈을 풀고 서로 이야기한다. 넘치는 기사를 훑어보고 허풍 떤 활자를 집어낸다. 나리꽃의 새 봉오리가 연노랑이었다가 떨어질 즈음엔 짙어지는 것이 이제야 내 눈에 선명히 띄는 오류들인가. 귀처럼 순해져야 하는 눈썰미인데. © 김정기 2010.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