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3

|컬럼| 396. 언어는 꿈이다

십여 년 전에는 외래진료소에서 환자를 보면서 당신과 나 같은 이른 바 정상인들의 정신적 갈등과 고통을 다루었다. 환자의 꿈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때에 따라 유효한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지금은 폐쇄병동 입원환자들을 상대로 하면서 그들의 꿈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전혀 없다. 그 대신, 그들의 환청이나 망상 자체가 꿈이나 다름없다는 경이감에 빠진다. 자존감의 빈곤으로 비관하는 환자가 과대망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소원성취(wish fulfilment)에 급급한 심리상태가 빚어내는 비현실적 현실이다. 소원성취는 꿈의 가장 고마운 기능이다. 꿈에 소원이 성취되는 것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엄청난 소원이 아니더라도 조그만 소망이 충족되는 순간 당신은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오랫동안을 행복해하지 않았던가. 언..

초록의 성(城) / 김종란

초록의 성(城) 김종란 비어 있는 성(城), 비가 오기도 조용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꽃 진 후 잎을 키우는 言語 세 들어 살며 서늘한 잠에서 깨어 다시 불안하게 뒤척이다 잠든다 초록으로 스며든 音樂 서서히 서서히 짙은 초록이 머무는 중세(中世)의 성(城)으로 데려간다 지금 선 잠이 든 言語 녹색 잎 무성하나 성(城)안 꽃 진후 비 듯, 초록 꿈인 듯 일렁이며 지나간다 © 김종란 2018.05.15

움직이는 역(station) / 김종란

움직이는 역(station) 김종란 살아 움직이는 말(언어) 눈 깜짝 할 사이 밤이 온 마음 울타리 넘는 은하수다 언어의 역전이 당당하게 불확실하게 서있다 눈빛 턱수염 역장의 미소가 신비롭다 *달리의 구부러진 시계, 확연하게 시간 너머에 서있는 언어의 역 당신의 지금을 지켜 보는 언어의 눈 시간과 공간에서 말의 속도에서 멀어지는 기차, 다시 몸을 숨기는 역 그 찰나 사람의 말은 태어난다 부러진 가지에 새 순, 소리 간직한 깊은 눈빛 하나 *Salvador Dali –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 김종란 202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