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3

|詩| 어항 주인

꼬리가 길게 늘어진 금붕어를 멀리 떨어져서 보면 마치도 곱게 펼쳐놓은 조그만 장난감 부채를 보는 기분이 든다 이 조그만 장난감 부채는 맑은 물속에서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킨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오랜 세월을 금붕어를 키우기 위하여 고생을 해 왔고 마음 속 전쟁을 벌려 온 것이다 어항 주인이 다년간 경험한 바에 의하면 금붕어들 중에도 제일 생명력이 강한 금붕어는 노리끼리한 주홍색의 몸 빛깔에 흡사 시골 개천에서 흔히 잡을 수 있는 민물붕어의 축소판으로 보이는 금붕어다 생김새가 총알 처럼 보이는 이 강인한 족속은 6.25 때 청량리 역전 쯤에서 우리들 발길에 아무렇게나 채이던 어린애 손가락 정도 크기의 M1 총알과 허물어진 시멘트 벽 기총사격의 상처와 恨을 연상 시키는 데가 있다 전쟁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전..

발표된 詩 202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