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 최양숙 딱따구리 최양숙 빈 방에 앉아 창 밖을 본다 창 너머 솟아있는 은사시나무에 둥지가 비어있다 이젠 허물만 남은 딸의 방처럼 머리와 부리로 피를 튀어야 종족이 보존되는 운명 천적을 피해 우듬지로 올라 단단한 나무를 뚫기 위해 부리 끝으로 후려쳐내면 부서져 떨어지는 나무 살 나무를 부여잡은 발..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9.17
노란 리본을 휘날리며 / 윤영지 노란 리본을 휘날리며 윤영지 아주 아주 오래 전에 남자의 갈빗뼈 하나를 빼어 여자를 만들었다지 그 여자의 심장 한 부분을 떼어 만들어낸 것이 자식 아닐까요 그 아이가 기쁨으로 설레일 때 어미의 심장은 벅차오르고 그 아이가 아픔으로 내려앉을 때 어미의 심장도 죄어들지요 다툼은 인간들의 자..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5.09
아침에 뜬 달 / 윤영지 아침에 뜬 달 윤영지 이른 아침 출근 길 갓 잠 깬 나무들 위, 연회청빛 하늘에 선명히 자리잡은 마알간 동그라미 아, 보름이 엊그제였지. 그래도 아침에 뜬 달치고는 너무 확실히 동그랗잖아 지난 숱한 날들도 구름 뒤에, 어둠 속에, 그리고 저 앞에 항상 있어왔건만 일 분 일 초에 쫓기는 닫힌 마음은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