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대중탕 대중탕 수유리 수유동 목욕탕 빨래 냄새 무쇠솥 밥 냄새다 뜨거운 수증기 어둠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 나를 느슨하게 감싸주는 알몸의 앎 詩作 노트: 라는 제목으로 응모한 한국일보 1988년 신춘문예. 얼굴도 몰랐던 심사위원이 김정기 선생님이었다. © 서 량 2024.07.22 詩 2024.07.22
숲 / 김정기 숲 김정기 숲은 새벽의 기미로 달콤하다 술렁이며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어울려 여름을 만든다. 쓰르라미가 자지러지는 청춘의 손짓을 그때 그 순간을 잡지 못한 숲은 기우뚱거린다. 감춘 것 없이 다 들어낸 알몸으로 땡볕에 땀 흘리며 서있는 나무들에게서 만져지는 슬픔 절단해버린 발자국을 수 없이 되살리며 그들의 반짝임에 덩달아 뜨거움을 비벼 넣는다. 올해 팔월도 속절없이 심한 추위를 타는데 매일 시간은 새것 아닌가. 내 안에 충동은 오늘도 못 가본 곳을 살피지 않는가. 뒤 돌아보며 챙기지 못한 것 숨결 안에 가두고 오랜 비바람에 시달린 나무들의 얼굴은 상쾌하고 환하다 그들의 표정은 언제 보아도 편하다 더구나 나와 함께 늙어가고 있는 웨스트체스터*의 여름 숲은. *뉴욕 북부 © 김정기 2010.08.08 김정기의 詩모음 2022.12.21
|컬럼| 310. 뭘 알까? '알다'의 어원을 공부했다. 고려대 김민수 교수 편 <우리말 어원사전>은 이 말이 어원 미상이라 전제한 다음, 참고로 [알(核, 精)]+다[어미]라 설명하고 얼[精神]이 '알'과 모음교체 관계에 있다는 추론을 내놓는다. 정신과 의사인 나로서 이만저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이 아니다..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8.04.16
|詩| 되찾은 바다 해 뜨는 동해 잔물결보다 불결한 서쪽 바다 알몸이 더 좋다는 거 메스꺼운 열한 살 짜리 속앓이를 가라앉히는 대천 해수욕장에서 내 발바닥이 몹시 뜨거웠다는 거 알뜰한 추억을 다시금 그리워할 것이라는 예감으로 당신을 내가 살짝 놓아준 시절 같기도 하다니요 세월이 부서지는 바닷.. 詩 201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