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7

|컬럼| 428. 사과를 하라니!

종종 병동에서 환자들이 치고 박고 싸운다. 보조간호사들이 덤벼들어 뜯어말린다. 아직 감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둘을 인터뷰한다. 누가 먼저 때렸냐? - “Who started it?” 이 질문은 병동환자들, 당신과 나같이 멋모르는 보통사람, 그리고 조석으로 뉴스를 제조해서 상대 정당에게 시비를 거는 정치인들이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둘은 평소에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관계다. 한쪽은 감성적이고 다른 쪽은 이론에 밝지만 화제를 바꿔가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능력이 딸린다. 사태의 발단은 얌전한 이론파보다 대체로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사나운 감성파에 있다. – “HE did!” 사과(謝過) 받기를 좋아하는 감성파가 이론파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이론파는 사과를 할 이유가 없지만 반대파의 압력을 이기지 못..

|詩| 치고 들어오다

치고 들어오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침묵하라 -- 비트겐슈타인 1월을 맞이하라 시간이 두 조각으로 갈라진다 헐벗은 떡갈나무 가지 쪽으로 당신이 눈길을 옮기는 사이에 지금 내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아요 걸핏하면 발끈하기 갈등관계 지탱하기 일부러 밀어붙이기 서로를 감염시키기 1월을 공격하라 맞받아 치는 사이에 아픔은 사라진다 당신의 슬픔이 침묵 속에 가라앉는다 시간이 떡갈나무를 냅다 흔드는 동안 © 서 량 2021.01.15

2021.01.15

|컬럼| 16. 아픔과 정열의 차이

‘아프다’는 사전에 ‘고통(苦痛)스럽다’로 나와있고 옥편에는 고(苦)는 ‘쓸 고’ 또는 ‘괴로울 고’로 풀이돼 있다. 좀 우기자면 ‘아프다’와 ‘괴롭다’는 같은 뜻이다. 전자가 육체적이고 후자는 정신적이라고 분별할 수 있겠지만 육체와 정신은 늘 상통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그놈이 그놈이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고대 라틴어로 ‘passus’는 ‘고통’이라는 뜻이었는데, 바로 이 말에서 ‘passion (정열)’이라는 단어가 태어났다. 정열은 아픔에서 생긴다. 정열은 괴로움이면서 그 맛이 쓰다. 희랍어에서도 ‘pathos’는 고통이라는 뜻이었는데 이 말은 스펠링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지금껏 현대영어에 ‘비애’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pathos’에서 ‘pathology (병리학)’이라는 의학용어마저 파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