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환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negative symptoms’를 생각한다. 무언, 무욕, 무관심, 무감각, 무감동, 무쾌감(無快感)처럼 온통 ‘없을 無’가 들어가는 증상들로 짜여진 정서상태다. 그런 ‘네거티브 증후군’으로 뒤범벅이 된 환자 여럿을 앞에 놓고 그룹세션을 진행한다. 그들은 묵묵무언. 나는 허허한 언어공간을 메꾸기 위하여 입놀림이 빨라진다. 주입식 대화가 일방적으로 펼쳐지는 월요일 오후. 시간의 속도가 느려진다. 그들의 눈빛을 살펴보며 알아차린다. 내가 하는 말을 그들이 얼추 다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분명히 인지(認知)하는 눈치다. 나는 확인하려고 애를 쓴다. “데이비드, 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대충 되풀이해서 말할 수 있겠니?” 그는 좀 생각 하다가 “약이요,”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