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6

|컬럼| 435. 우리가 원하는 것들

병동 직원들에게 환자들과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직원들은 별로 공감하지 않는 눈치다. 상상해 보라.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외과의사처럼 정신과의사가 자신이라는 주체와 환자라는 객체를 완전 별개로 취급하는 정경을. 정신과에서는 주체와 객체사이에 간극이 심하면 치료가 힘들어진다. 나나 환자나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똑같은 인간이다. 그래서 나는 우울한 감정에 휩싸여 있는 환자를 대할 때 함부로 웃지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한 수사학의 3대요소를 생각한다. 에토스(Ethos, 도덕). 로고스(Logos, 논리). 파토스(Pathos, 감성). 그는 이 셋을 잘 운용하면 대중을 설득시키는 훌륭한 웅변이 된다고 가르쳤다. 셋 중에서 제일 강력한 것은 파토스. 고린도 전서 13장 13절에 나오..

|컬럼| 238. X 같거나 X만하거나

뉴욕 맨해튼 구치소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4년 전 그곳에 유치됐던 한 죄수가 당시 복용한 정신과 약 부작용으로 ‘지속발기증’을 일으켰다. 그런데 6일 동안 심한 음경의 통증을 진통제 타일레놀로만 치료한 결과로써 그는 성기능 불구자가 됐다는 사연이다. 성적인 흥분이나 자극 없이 네 시간 이상을 음경발기가 아프게 지속되면 일단 병원 응급실에 가서 외과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억울하게 음경을 절단 당한 그 죄수는 뉴욕 시를 고소해서 2015년 7월 6일, 75만불의 배상금을 받도록 판결을 받았다. 그는 데일리뉴스와의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한다. -- “If I had the choice between the reward and having my manhood res..

|컬럼| 24. 얼굴을 붉히면서

섹스(sex: 性)와 섹션(section: 面)은 라틴어의 ‘구분하다(secare)’ 혹은 ‘짜르다(sectio)’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명실공히 같은 뿌리에서 태어난 말이다. 14세기 말에 'sexus'라는 단어가 ‘남녀의 차이’라는 뜻으로 당시 라틴어를 쓰던 유럽인들에게 선을 보였다. 현대어로 ‘종파(宗派)’라는 의미의 ‘sect'도, 해부한다는 'dissect'도 다 같은 동네 출신이다. 섹스, 다시 말해서 ‘구분하다’ 또는 ‘구획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이나 나 같은 현대인들은 무슨 이유로 그렇게 얼굴을 붉히는가.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성(性)’은 한자로 ‘품성 성.’ 이 말은 더도 덜도 없이 ‘품격과 성질’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교(交)’는 ‘사귈 교’이니 결국 ‘성교’라는 말은 ‘품성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