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구치소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4년 전 그곳에 유치됐던 한 죄수가 당시 복용한 정신과 약 부작용으로 ‘지속발기증’을 일으켰다. 그런데 6일 동안 심한 음경의 통증을 진통제 타일레놀로만 치료한 결과로써 그는 성기능 불구자가 됐다는 사연이다.
성적인 흥분이나 자극 없이 네 시간 이상을 음경발기가 아프게 지속되면 일단 병원 응급실에 가서 외과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억울하게 음경을 절단 당한 그 죄수는 뉴욕 시를 고소해서 2015년 7월 6일, 75만불의 배상금을 받도록 판결을 받았다. 그는 데일리뉴스와의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한다. -- “If I had the choice between the reward and having my manhood restored, I’d have my manhood restored in a heartbeat.” (만약 보상금이냐 남근을 회복하느냐 하는 선택권이 있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남근의 회복을 택했을 겁니다.)
‘manhood’는 음경을 뜻하는 영어 단어 중 우리말의 ‘남근’만큼 점잖은 문어(文語)이기 때문에 구어체 위주의 일상용어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다. 미국인들은 음경을 흔히 ‘dick’, 더 심하게는 ‘cock’이라 부른다. 같은 뜻으로 ‘pecker (곡괭이?)’나 ‘prick (찌르기?)’도 스스럼없는 발상의 결과다.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말로 ‘X’이라 하는 ‘dick’은 ‘Richard’의 애칭 ‘Rick’가 ‘Dick’로 변했다가 나중에 일반명사가 된 말. ‘Richard’는 고대불어와 중세영어에서 ‘지배자’라는 뜻이었다. 좀 거시기하겠지만 남녀의 섹스 장면을 연상하면 이 또한 그럴듯한 발상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cock (수탉?)’은 쌍스러움의 도가 ‘dick’를 능가한다. 그러니까 'cock'는‘X’보다 더 의미가 강한 ‘자X’라 번역해야 마땅하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수탉이 남근을 상징하게 됐을까? 일설에 의하면 수탉의 머리가 수도꼭지처럼 생겼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그보다 좀더 역동적인 광경을 떠올리면 당신이 이해하기에 훨씬 수월할 것이다. 즉, 수탉이 흥분하거나 공격적인 상태에서 목 앞에 늘어진 볏이 빨갛게 부풀어오르는 것이 음경이 발기할 때의 모양새와 분위기가 매우 비슷한 데서 온 것으로 어원학자들은 풀이한다.
이런 연유로 해서 중세기부터 예찬을 받아오던 서구적인 수탉은 엄격한 도덕성을 국책으로 삼았던 영국의 빅토리아 왕조인 19세기 중반에 금기어(禁忌語) 취급을 당했다. 일찍이 미국에서도 청교도들의 고운말쓰기 운동에 준하여 정부가 외설스러운 ‘cock’을 금지하고 그 대신 ‘rooster’를 쓰게 했다. 그러나 갑남을녀의 정서가 그렇게 정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X 같다’는 쌍소리를 들으면서 당신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린다. 궂은 날씨라는 대신 X 같은 날씨라 하지를 않나, 사람이 못됐거나 변변치 않을 때도 X 같은 놈이라 하는 우리말 습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가 하면 물건이나 사람이 작을 때도 ‘X만하다’라 하는 수상한 표현은 또 어떤가.
‘X 같다’는 표현은 남근이 발기한 상태의 흉측한 모양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고로 큰 것은 호감의 대상의 되지 못하는 법. 그래서 크다는 의미의 ‘gross’는 슬랭으로 징그럽고 역겹다는 뜻이다. 반대로 ‘X만하다’는 속어는 남근이 발기하기 이전의 왜소한 모습, 혹은 섹스가 끝난 후 지배자(Richard)의 사나운 영광이 사라지고 없는 적막감을 반영한다. 어떤가? ‘dick’에 비하여 'X'이 좀 측은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 서 량 2015.07.12
-- 뉴욕중앙일보 2015년 7월 15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528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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