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6

|詩| 따스함

나를 유혹하는 것은 너의 생김새가 아니다 네가 일부러 만들어내서 내 영혼에 이음새 없이 스며드는 색깔들이다 낮게 울리는 클라리넷 소리처럼 쉴 곳을 찾아드는 너는 한 뭉치의 빛이다 시작 노트: 단순한 발언이 심금을 울릴 수 있다 한다. 느낌을 피력하는 시간의 길고 짧음에 나는 익숙하지 못해요. 너무 짧으면 업신여김을 당한다는 걸 염두에 두기 때문인지. © 서 량 2023.03.15

숨은 새 / 김정기

숨은 새 김정기 창공이 무섭다. 썩은 어둠을 두르고 작아지는 날개를 움직인다. 발톱에 찍히는 바람의 무늬 오그라들어 점 하나로 남는 공간. 숨어서 껴안는 작은 그림자들이 빛나고 우리가 함께 버렸던 하늘이 흙이 되었던 비밀을 일러주는 색깔들. 뒤꼍에서 들리는 노래 소리에 다시 자라는 날개가 꿈틀거린다. 달빛의 힘줄을 딛고서. © 김정기 2010.06.08

|詩| 어두운 조명

색깔을 원했던 거다 입에 절로 침이 고이는 과일 그림도 좋고 열대 섬에만 서식하는 화사한 꽃 무리의 난동이라도 괜찮아 정물화가 동영상으로 변하고 있네 무작위로 흔들리는 미세한 바람이며 부동자세로 숨을 몰아 쉬는 새들이 어슴푸레 아울리고 있어요 흔적으로 남을 우리 누구도 서둘러 떠나지 않을 거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가물 빛을 흡입하는 색깔의 아우성을 듣는다 시퍼런 탐조등이 밤을 절단하는 어둠의 틈서리에서 우리는 몸을 뒤척인다. © 서 량 2012.01.25 --- 네 번째 시집 에서

발표된 詩 202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