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두 장 / 김정기
사진 두 장 김정기 우리 응접실에 사진 두 장 액자에 갇혀 있다 시어머님, 남편, 조연현 선생님 곁에 분홍드레스 떨쳐 입고 육영수여사 모윤숙 선생님 앞에서 시 낭송하는 스물아홉 살 꽃다운 청춘이었던 내 모습 바람이 몇 차례 불어 닥쳐 여기까지 밀려와 애틋했던 것 삭고 삭아 먼지로 남아있어 둘러보니 세상에 나 혼자만 남아있구나. 더운 달을 베고 누워 시간을 갉아 먹히고 내 이마를 적시던 빗줄기와 햇살 어둡던 날 꿈꾸던 새벽은 어디가고 그는 모자도 없이 먼 길을 떠났다 그래도 버티고 있는 튼튼한 살과 뼈 사진마다 색칠해 살아나게 하고 그는 아직도 지붕을 뚫고 내려오는 빛살이다. 오늘하루 설레며 지금 환해서 어진 과거 끌고 갈 수레 하나 만든다. © 김정기 201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