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5

|詩| 흰색 바탕 원피스

흰색 바탕 원피스 -- 마티스의 그림 “화장대에 앉은 여자”에게 (1924) 香水 한두 병 작은 꽃병 분홍 꽃 대여섯 송이 야자수 한 그루가 넘보는 여자의 內室 어찌 경대 위에 거울이 없을까나 젖혀지는 바닷바람 가벼운 원피스 손가락만한 벌레 이삼 백 마리 기어가는 詩作 노트: 마티스 그림에 여자하고 창문이 자주 나온다. 둘 사이에 어떤 각도가 이루어지는데 그 사이로 바닷바람의 출입이 잦다. 벌레도 들어온다. © 서 량 2023.06.10

|詩| 벌레

벌레 비바람 그치지 않아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었네 비바람 소리 꿈결보다 더 크게 들리고 빗속 벌레 소리 요란하네 비에 젖어 노래하는 벌레 비와 몸을 섞는 소리 가까이서 들리네 비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고 나를 올라 타는 벌레 참숯불로 타다가 아침이면 폭삭 사그라질 벌레 한 마리로 나는 점점 숨이 막히네 시작 노트: 비바람 소리에 섞여 들리던 창밖에서 들리던 소리는 개구리 소리, 귀뚜라미 소리처럼 들렸다. 무슨 합창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 순간 얼토당토않게 무당벌레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무당벌레라는 말은 시에 일부러 집어넣지 않았다. - 2023.03.11 © 서 량 2005.10.08

2023.03.10

아욱국 / 김정기

아욱국 김정기 제목도 모른다 어느 간이역 나무 평상이 놓여있는 드라마를 보며 그저 저기 앉고 싶다. 앉을 자리만 보이는 눈으로 아욱을 다듬는다. 줄기는 껍질을 벗기고 이파리 하나씩 살펴보니 상처 없는 잎이 어디 있던가. 잎맥에 가는 줄이 있는가 하면. 조그만 벌레가 갉은 흔적이라던가. 바람결에 구겨진 흉터라도 남아있는 아욱을 풋내 빠지도록 주물러 마른 새우 넣고 조선된장 풀어 국을 끓인다. 들깨가루를 넣어야 구수하다고 대중 쳐서 얹고 아욱이 부드러워 질 때까지 약한 불에 놓는다. 이제 풋내나는 들판의 바람결도 삭아 아욱은 예감까지 익어 버린다. 드라마는 여자주인공이 풀이 죽어서 집을 떠나면서 약간 늘어진 눈꺼풀을 치키며 아직 남아있는 가을을 향해 손을 흔든다. © 김정기 2009.10.14

|컬럼| 74. 나비와 개구리

입춘과 우수를 지나면 3월 초에 약속처럼 경칩(驚蟄)이 우리를 찾아온다.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던 벌레와 동물들이 우수(雨水)의 물벼락을 맞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는 경칩이다. 경칩에 개구리 알을 먹으면 허리에 힘이 좋아진다 해서 나이 지긋한 우리 조상들은 턱수염을 바람에 휘날리며 이날 개구리 알을 찾으려고 산과 들을 헤맸다. 그리고 젊은 남녀들은 양키들이 발렌타인즈 데이에 초코렛을 깨물어 먹듯 서로의 사랑을 서명날인하는 상징적 행위로서 암수가 유별한 은행나무의 열매를 몰래 나누어 먹었다. 개구리가 헤엄치는 동작처럼 섹시한 장면이 또 있을까. 그래서 허리가 부실한 우리의 선조들이 개구리처럼 행동하고 싶은 연상작용을 일으켰다 하면 당신은 얼굴을 붉히면서 그게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할 수 있겠는가. 수영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