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입듯이 / 김종란 몸을 입듯이 김종란 몸을 입듯이 봄은 입고 한 발 걸음 한 발걸음 다가오듯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한 소리 가슴에 스며들듯 봄은 짓는다 푸른 공중으로 휘인 꽃가지 마음은 가볍게 피어나고 몸은 벚나무 둥치같이 무겁고 마르고 검다 한끼 밥을 짓듯 봄은 스스로 지어서 가파른 이랑에 엎드려 안간힘으로 움켜쥐고 있는 두 손을 향해 내민다 몸은 무겁고 마르고 검으나 봄을 입고 봄을 짓는다 © 김종란 2010.03.24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13
낮게 흐르는 혈압 외 1편 / 한혜영 낮게 흐르는 혈압 외 1편 한혜영 아우의 혈압은 나지막하게 흐른다네 사뭇 점잖은 구름처럼 갠지스 강보다 낮고 겸손하게 흐른다네 어떤 생도 한 번의 뒤척임은 있다하던데, 낡은 혈관 속으로 생쥐 같은 분노라도 한 마리 투입시켜보라는 누나의 말에 아우는 팥죽처럼 어두운 얼굴을 천천히 흔들었네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1.07
압력 밥솥 / 황재광 압력 밥솥 황재광 너는 지금 압력 밥솥을 노려 보고있다 원폭의 버섯구름처럼 하얀 김 피우며 압력을 행사하는 그를 두려워하는가? 밥이 익어가는 동안 너는 어떤 폭정의 배후가 된다 그러나 권력의 실세는 밥이다 권력의 두껑을 연다 단단하던 쌀알들 뜨거운 눈물로 서로의 몸을 밀착하고 있다 눈물..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0.06.06
|잡담| 밥 먹을 때 오는 전화 이상하게 주말 같은 때 종일토록 전화가 없다가 밥을 먹을 때 그것도 첫 번째 밥숫가락이 입에 들어가면 전화가 때르릉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참으로 신기한 노릇이다. 주말 뿐이 아니다. 주중에도 그렇다. 특히 저녁을 먹는 도중에 오는 전화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 전화는 대개 딸이나 가까운 .. 잡담, 수다, 담론, 게시 200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