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입듯이
김종란
몸을 입듯이
봄은 입고
한 발 걸음 한 발걸음 다가오듯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한 소리 가슴에 스며들듯
봄은 짓는다
푸른 공중으로 휘인 꽃가지 마음은 가볍게 피어나고
몸은
벚나무 둥치같이 무겁고 마르고 검다
한끼 밥을 짓듯 봄은 스스로 지어서
가파른 이랑에 엎드려 안간힘으로 움켜쥐고 있는
두 손을 향해 내민다
몸은 무겁고 마르고 검으나
봄을 입고 봄을 짓는다
© 김종란 2010.03.24
'김종란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포스터(가족) / 김종란 (0) | 2022.12.15 |
---|---|
우산으로 가리는 봄 / 김종란 (0) | 2022.12.14 |
*길상사 / 김종란 (0) | 2022.12.13 |
봄날 오후 종이 접기 / 김종란 (0) | 2022.12.12 |
천사 2 / 김종란 (0) | 2022.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