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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입듯이 / 김종란

몸을 입듯이 김종란 몸을 입듯이 봄은 입고 한 발 걸음 한 발걸음 다가오듯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한 소리 가슴에 스며들듯 봄은 짓는다 푸른 공중으로 휘인 꽃가지 마음은 가볍게 피어나고 몸은 벚나무 둥치같이 무겁고 마르고 검다 한끼 밥을 짓듯 봄은 스스로 지어서 가파른 이랑에 엎드려 안간힘으로 움켜쥐고 있는 두 손을 향해 내민다 몸은 무겁고 마르고 검으나 봄을 입고 봄을 짓는다 © 김종란 201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