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 김종란 분청사기 김종란 깨뜨려져 흩어지는 소리 소리 소리는 떠나고 먼 옛날 꽃잎 지듯 깜깜하게 물레는 돌고 일필휘지의 손짓, 모란 연옥의 불꽃 머금어 아련히 희다 아니 불에 타 검다 새는 오롯이 오리무중을 걷지 담담하게 휘어짐을 새겨보는 덩굴 그리고 눈 크게 뜬 말 없는 물고기 안개가 머무는 하늘 눈 내리는 하늘은 몸으로 두르고 소리 없는 기척으로 마주 보지 않는 눈빛으로 다시 빚어지는 불의 추상, 미래 © 김종란 2011.07.26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24
|컬럼| 335. 스크린 메모리 우리는 지난 날을 얘기한다. 어릴 적 기억을 불현듯이 떠올리거나 아침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퇴근길 주차장에서 직장 동료와 말을 나누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시대사조와 사회풍조와 가정환경의 테두리 안에서 심리적으로 발육한다. 그렇게 지난 날을 벗어난 듯한 환자들이 내게 과거를 털어 놓는다. 그들의 현재가 과거에 받은 상처의 결과라는 생각의 덫에 걸려서 나는 한 사람의 유전적 요인보다 그가 겪은 인생경험에 더 큰 관심을 쏟는다. 프로이트는 과거가 현재를 지배한다는 원칙을 정신분석의 토대로 삼았다. 그러나 현재의 원인이 과거에 있다는 이론에는 어딘지 아리송한 구석이 있다. 나는 현재가 과거의 금단 없는 연속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할 때가 많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은 ..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9.04.22
|詩| 미니스커트의 미래 명동 뒷골목 같은 데서 연애감정을 몰래 내세우다가 얼핏 파란 하늘을 쳐다보면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함에는 큰 앞날이 없다고 당신은 말한다 화려하지만 환영에서 그치는 꽃잎이나 다름 없어요 사랑은 물론 방법이 문제겠지요 미니 스커트를 허리에 걸치다가 그런 느낌이 들었.. 詩 2012.01.31
|詩| 옛날 사진 이게 내 참 모습이다 과거가 미래를 겁탈하는 이게 바로 당신이 추구하는 꽃다운 진실이야 뿌연 안개 속을 창백한 얼굴로 방황한다 차가운 강물과 숨 막히는 낭떠러지를 살살 애무하는 몰캉몰캉한 안개 속을 미래가 과거를 뭘 어쩐다구? 한 몇 천년이 쏜살같이 피융피융 확확 흘러간 다.. 詩 2008.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