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 3

|컬럼| 21. 원효(元曉)의 입맛

원효(元曉)의 입맛 ‘sugar’는 기원전 300여년 전에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를 쳐들어 갔을 때 병정들이 ‘벌이 없이 만든 꿀 (honey without bees)’이라 불렀던 산스크릿어(범어)의 ‘sharkara’에서 유래된 단어다. 이태리의 말코 폴로가 국수를 중국에서 가져갔듯이 유럽인들은 설탕을 인도에서 가져간 것이다. 인간이 감지하는 다섯 가지의 기본 맛은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이다. 이 중에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맛은 물론 단맛. 비근한 예로 ‘honeymoon’, 꿀 밀자에 달 월자를 붙여 쓴 ‘밀월(蜜月)’여행이 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 즉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교훈이 담긴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격언도 단맛에 역점을 둔다. 1350년경부터 쓰기 시작한 ..

|컬럼| 483. 감각 프로토콜

오감(五感)을 생각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태아의 발달과정을 살펴본다. 임신 2개월에 눈의 망막이 생기며 3개월에 내이(內耳)가 자리를 잡고 혀에 맛봉오리가 솟아나는 태아. 당신과 나는 4개월의 태아였을 때 엄마 자궁 속에서 빛에 반응을 보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손가락을 빨기도 했다. 6개월때쯤 엄마 목소리와 다른 소리를 인지하고 7개월에 단맛 쓴맛을 분별했고 8개월에는 소리의 강약과 고저와 엄마 냄새 또한 알아냈던 것이다. 초등학교 자연 교과서. 태아 발달과정의 흑백 그림을 상기한다. 왕방울처럼 커다란 눈에 등이 휘어진 생선 같은 생명체가 벌써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알고 무언가를 피부로 느끼다니.  태아의 입과 혀는 말을 하는 대신에 자기 손가락을 빨고있다. 젖..

|컬럼| 363. 멋, 맛

옛날 서울 종로에 만나당이라는 빵집이 있었다. 팥앙금이 듬뿍 들어간 만나당의 찹쌀떡 맛이 마냥 그립다. 만나당은 맛이 좋다는 뜻의 ‘맛나다’ 외에도 ‘만나다’를 연상시킨다.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반갑게, 또는 조심스럽게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긴 세월이 지난 요즘 한국은 빵집보다 ‘맛집’ 소식이 대단하다. 만나당 말고도 ‘맛나당’이라는 음식점 이름이 눈에 띈다. 사람보다 음식이 우선이란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emotional eating, 정서적 섭식’ 증상이 발생하는 2020년 5월 중순이다. 불안과 공포를 정성껏 삭히는 우리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집에만 있으면서 삼시 세끼를 준비하는 알뜰살뜰한 여인들이 업로드한 음식 사진들을 본다. 좋은 조명과 두드러진 색채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