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 4

상어잡이 / 김정기

상어잡이 김정기 매일 마지막 보는 햇볕과 바람에게 손 흔들며 거친 바다에 뛰어든다 물의 무게를 버티면서 조금씩 잦아든다. 날렵히 헤엄치며 다가온 상어는 얼굴 붉히고 눈 맞추고 돌아갔다. 다시 돌아왔다. 황량한 물살에 먹히는 시간들이 반짝이기 시작할 때 내 곁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눈물겨워지는 것은 난해한 바다 속의 풍경으로 인함일까 형광색으로 빛나는 삭신을 들켜 쥐고 돛을 편 형상의 지느러미에 숨은 찰진 속살에 반해버린다. 어디를 가나 상어 떼는 있고 내 손엔 펄떡이는 상어들이 살아있다. 상어들은 모래사장도 밤바다도 환하게 밝히지만 삭아가는 정신의 근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김정기 2014.01.25

|詩| 새벽 커피 컵

환한 전등 아래 다 마신 커피 어둑한 커피 컵 속 대천해수욕장은 내 영혼의 어린이 놀이터 여럿이 우와 소리치며 타는 커다란 파도 파라솔 모래사장 하늘색 줄무늬 물색 커피 컵 옆 회색 가정용 전자혈압계 *LCD 표시판 널브러진 뭉게구름 하루에도 몇 번씩 눈감고 찾아가는 곳 파도 소리 우람한 햇살 아래 해맑은 대천해수욕장은 *Liquid Crystal Display - 액정(液晶) 표시장치 시작 노트: 새벽마다 혈압을 재는 습관이 생겼다. 건강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관찰 대상으로 삼아서 이거 참 재미있는데, 하는 일정이다. 혈압이 좀 높다 싶으면 10초, 20초 눈을 감고 11살 때 처음 갔던 대천해수욕장을 눈에 생생하게 그리고 나서 다시 재면 혈압수치가 10, 20, 드물게는 30 정도 뚝 떨어진다...

202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