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펜 펜 90° 각도로담임 선생님 양복 앞주머니에 꽂히는만년필의 희망 사항言語에 들어있는 약속머리카락 곤두서는 운동장 바람결네이비 블루 잉크 스멀스멀 스며드는 無言의 담임 선생님 든든한 약속이다 詩作 노트:다들 머리카락이 차분했는데 유독 나만 머리칼이 곤두섰다 7살 때 이 사진에서 ©서 량 2024.05.10 자서전的 詩모음 2024.05.10
|詩| 숯검정 강아지 갈색 머리칼이 쑥쑥 보랏빛 하늘로 뻗치는 여인아 콧등에 손가락을 슬쩍 대는 순간 아버지 본적지 초가집 마당 노적가리 밑 코끝 뭉툭하고 뱃살 폭신폭신한 그 옛날 숯검정 강아지만큼 갈색 체감온도가 쑥쑥 보랏빛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여인아 날개 접은 나비처럼 적막한 귀밑머리 아래로 땀을 뻘뻘 흘리는 내 여인아 시작 노트: 프랑스 화가 모네는 1890년과 이듬해 1년 사이에 노적가리 그림을 서른 몇개를 그렸다 한다. 내 나이 열 살 때 할머니가 홀로 사시던 경기도 농촌 초가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냈다. 거기에 숯검정 강아지가 있었는데 이름이 워리였다. 매미 소리 요란한 집 마당 노적가리 밑에서 워리와 놀았는데 참 즐거웠다. 모네 그림에 나오는 노적가리와 비슷해 보이던 삼각형 모양의 짚풀더미였다. © 서 량 2005.. 詩 2023.03.01
|詩| 옆집 막다른 골목길에서 어린애들이 뛰노는 장면이야 옆집 사람이 집에 없는 저녁 녘 응접실에서 알토 색소폰 소리 들리나 봐요 입술이 아프게, 아무래도 입술이 갈라지도록 고음을 처리하기가 힘이 들었던 모양이지 바람 부는 대로 어쩜 박자도 척척 맞게 머리칼을 휘날리며 어린애들이 줄넘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건 아주아주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었어 비브라토가 가을 햇살로 일렁이면서 더더욱 스멀스멀 내 앞섶을 파고드네, 나는 중저음의 떨림이 좋아, 작은 실수로 앙칼진 소리라도 내면 절대 안 된다, 하는 듯 알토 색소폰 구성진 멜로디가 울려오는 곳이 꼭 옆집 응접실 같아요 © 서 량 2019.08.17 詩 2021.02.05
|詩| 2월의 미련 거기에 새까만 머리칼 한 움큼이 떨어져 진득이 엉켜 있었는데 터무니 없는 이유로 오래 된 집념 같은 것이 수북이 쌓여 있었는데 새빨간 꽃 몇 송이가 잔잔한 속눈썹을 내리깔고 숨 죽이며 앉아 있던 자리에서 바람결 추억들이 뚜렷이 솟아난다 지금이나 크게 다름없던 늦겨울 당신의 .. 詩 2013.02.19
|詩| 마음 먹히기*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을 때 이럴 거에요 2월 삭풍이 당신 머리칼을 야금야금 뜯어먹을 때도 마찬가질 걸 쳐들어오는 놈은 누구며 침범 당하는 놈은 누구지 박목월이가 떠들어대던 밤 구름도 멀쩡한 달을 짓이겨 밟고 갔잖아 잘못했습니다 하고 무릎을 꿇으세요 어서 눈 들어 하늘을 보니.. 詩 2011.08.08
|詩| 드럼 솔로 마지막 부분* 구름의 풀어진 머리, 헝클어진 머리칼이 길기도 하다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한 가닥씩 하나하나 풀어줬으면 했어요 수평선이 슬그머니 찌그러져요 바다는 숨막히게 거대한 소리 덩어리다 티티티 트트트, 티티티 트트트 모든 게 드럼이 때리는 3연음부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드럼 비.. 詩 2011.04.22
|詩| 비누 향기 유황 불길이 뱀 혓바닥처럼 날름대는 지하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대결 같은 거요 올림픽 경기 포환 던지기의 구심력 같은 거 말이지요 나와 물 사이에 아찔한 견인력이 적용된다 유황 불길이 비릿한 땅콩 냄새를 풍기며 승천하고 있어요 이건 정말 부활입니다 아, 머리칼이 마구 헝클어지네 이제는 .. 詩 201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