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3

푸른빛 나는 분홍 / 김종란

푸른빛 나는 분홍 김종란 유리병에 기대어 흰 장미가 만개했어요 바라보니 흰 장미 곁 푸른빛 나는 분홍 어른거려요 큰 언니 더 이상 많이 웃고 얘기 안 해도 돼요 코너에서 사람 바라보기 좋아서 사람 참 좋은 것이라 날려 다니다 잠시 멈춰진 구겨진 종이쪽 빗물이 조금 담긴 빈 소주병처럼 반쯤 그늘진 벽에 아무도 모르게 앉아 세월의 바람소리에 추임새를 넣고 있었죠 언니가 수 놓은 시간 아무도 모르게 흐르죠 절벽을 지나 푸른 강물을 지나 바다에 들었네요 파도 한 자락으로 솟구치며 망망대해, 언니 © 김종란 2012.06.11

|詩| 도망친 돌고래

반짝이는 조약돌 하나 창공으로 얼른 날아가고 송사리 떼처럼 송사리 떼처럼 헤엄치던 조개구름이 송두리째 꽤 오래 전에 사라졌던 것이지요 돌고래 두 마리가 두 눈썹처럼, 또는 곱게 웃는 두 눈처럼 가벼운 포물선을 그리며 파도를 넘어, 짙푸른 파도를 넘고 또 넘어, 멀리 어둠 속으로 꽤 멀리 도망을 친 겁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청색이 녹색같이 녹색이 청색같이 반짝이는 망망대해에 조는 듯 떠있는 고깃배 한 척, 그 잔잔한 몸 흔들림, 그 어김 없는 리듬 뿐이지요 차가운 물결, 또는 더운 숨결이 무차별하게 출렁입니다 © 서 량 2009.05.05

200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