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 6

|詩| 흰 타월

흰 타월 -- 마티스 그림 “핑크 누드”에게 (1921) 사각형 직선 door 설정 성큼성큼 곡선으로 걸어가는 여자 환하다 붉은 바닥 장미 白薔薇 흰 타월이 걸리적거려요, 걸리적거려요 누군가 핑크색 물감을 지긋이 찍어 누르고 있는 중 詩作 노트: 마티스의 갈등을 읽는다. 보여주고 싶은 욕망과 가리고 싶은 압력의 대립이다. 이 둘 사이에서 화려한 예술작품이 생겨난다는 생각이다. 여자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야. © 서 량 2023.06.24

|詩| 팔죽지

*팔죽지 --- 마티스의 그림 “팔꿈치로 쉬는 여자”에게 (1943) 상박근 上膊筋이 어깨뼈 팔꿈치뼈 인대 靭帶에서 불룩불룩 솟아난다 그걸 모르지 몰라도 좋아 여자 뜨거운 이마 위로 삼단 같은 구름 칠흑 같은 구름 구름 삼단 같은 불길이 몽실몽실 일어난다 *上膊의 순수 우리말 시작 노트: 일흔세살 마티스의 눈이 더더욱 밝아졌다는 느낌이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대상을 내버려 두지 않고 대상에게 자기 감정을 사납게 덮어씌운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 서 량 2023.05.24

|詩| 등뼈

등뼈 -- 앙리 마티스의 그림, ‘벌거벗은 여인’에게 (1949)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인다 굵은 선 봄바람 여름바람, 더더욱 부드러운 맨살 맨가죽으로 단단히 가려 놓은 기본원칙 자세를 굽히면 좀 돌출하는구나 앞뒤 가릴 것 없이 오른쪽 왼쪽이 뒤범벅이 되는 중 우리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고개를 돌리는 중에 시작 노트: 마티스는 평생을 노출과 은닉을 능수능란하게 구가했다. 나이 많이 들어서 그는 색채보다 선, 線을 선호했던 게 아닌가 하는데. 아예 선으로 색채를 가려버리는 시도였을까. 하여튼 나는 가끔 그의 굵은 선이 좀 무서워질 때가 있다. © 서 량 2023.04.15

|詩| 진주 목걸이

진주 목걸이 -- 마티스의 그림 ‘검정색 배경 앞에 앉은 여자’에게 (1942) 진주 알맹이들이 둥둥 떠다닌다 Y 모양, Y 모양 당신 목 앞쪽이 추위에 떤다 암흑 속에 수많은 괄호가 숨어있네 괄호들이 옴짝달싹 않다가 이내 움직이기 시작하네 시작 노트: 텍스트가 시그널, 상징처럼 보일 때가 많다. 추상보다 비주얼 감각에 쏠리면서 사는 우리들. Seeing is believing! 모쪼록 글쟁이들은 환쟁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은데. © 서 량 2023.03.23 https://news.koreadaily.com/2023/05/05/life/artculture/20230505175251380.html [글마당] 진주목걸이 진주 알맹이들이 둥둥 떠다닌다 Y 모양, Y 모양 당신 목 앞쪽이 추위에 떤다..

*마티스의 묘비에 돌을 놓는 물방울 하나로 / 김종란

*마티스의 묘비에 돌을 놓는 물방울 하나로 김종란 마티스의 마지막 무렵 그 단순 명쾌한 선, 순수한 빛의 색에 번지다 수많은 길을 걸어 오며 목격한 세상의 아름다움 그 무게에 기대어 물방울 하나로 웃으며 남프랑스, 소리를 머금어 버린 푸른 공기에 스며든다 비안개에 파묻히는 니스에서 물기로 머물다 흰 페인트 내리 붓는 햇빛에 들어가서 일몰의 앙티브 해변, 반짝이는 빛이다가 어두운 파도와 함께 바다가 된다 마티스의 묘비에 돌을 놓는, 그 투명한 순간 * 마티스 묘지 방문객들은 조그만 돌을 주어서 그의 묘비에 올려놓는다 (사랑, 경외감으로) © 김종란 2021.05.16

|詩| 꿈꾸는 의자

균형, 순수와 평온으로 이루어지고, 육체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쉬게 하는 좋은 의자처럼, 마음을 달래고 진정시키는 그런 예술을 나는 꿈꾼다. --- 앙리 마티스(1869~1954) 등뼈가 앞으로 구부러진 자세 손바닥을 감싸는 옅은 바람 당신의 꿈은 꿈틀대는 애니메이션 크레파스 크레용의 부드러움 보름달 반쯤 가려진 한밤 짙푸른 넓은 잎사귀 숨소리 고요한 숲이다 앉은 자세로 자고 있어요 팔꿈치에 고개를 푹 파묻은 채 당신의 균형이 망가진다 *이무깃돌 입안에서 잠자는 미녀와의 대화가 빗물로 흘러내리는 *성문의 난간에 끼워서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용이나 이무기 머리 모양의 돌로 된 홈 © 서 량 2022.08.28

202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