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다 3

|컬럼| 422. 붙기를 좋아하세요?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붙는 것이 큰 소망이다. 왼쪽 안 주머니에 납작한 엿 덩어리를 품고 입시장에 가던 기억이 난다. 끈적한 엿의 점성(粘性)으로 시험에 붙고 싶은 심정이었다. ‘붙다’는 시험에 붙는 것 외에도 불이 붙다, 붙어 다니다, 이자가 붙다, 싸움이 붙다 등등 그 뜻이 매우 다채롭다. 당신과 나는 남에게 그럴 듯한 별명도 붙여주고 좋은 직장에 오래 붙어있기를 원한다. 붙는다는 것은 대개 좋은 일이다. 낯선 나라에 적응하는데 점점 속도가 붙으면서 타향에 정을 붙이고 사는 재미가 그런대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마음에 든다. 문화적, 정서적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이상한 나라에 남달리 쉽게 정을 붙이는 과정이다. 남녀 간에 정이 붙으면 서로에게 애..

|컬럼| 182. 치고 때리기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려는데 양키 친구가 선수를 치니까 아차, 내가 한발 늦었구나 싶었을 때 'You beat me to it! (선수 쳤네!)'라고 당신은 능숙하게 말할지어다. 'beat'는 상대를 이긴다는 뜻이지만 이 짧은 관용어는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허기사 '선수(先手)를 치다'도 좀 이상하게 들리는 건 마찬가지다. '먼저 손을 쓰다' 하면 쉽게 알아듣겠지만, 치다니. 야구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배트로 치듯이? '치다'는 뜻이 다양하다. 우리는 공뿐만 아니라 손뼉도 치고, 피아노도 치고, 화투도 치고, 헤엄도 치고, 눈웃음도 치고, 악당의 목을 칼로 치고, 보신각의 종을 치고, 여자가 맘에 드는 남자에게 꼬리를 치고, 국에 간장을 치고, 앞마당에 닭을 치고, 경을 치기도 하고, 사기도 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