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3

아욱국 / 김정기

아욱국 김정기 제목도 모른다 어느 간이역 나무 평상이 놓여있는 드라마를 보며 그저 저기 앉고 싶다. 앉을 자리만 보이는 눈으로 아욱을 다듬는다. 줄기는 껍질을 벗기고 이파리 하나씩 살펴보니 상처 없는 잎이 어디 있던가. 잎맥에 가는 줄이 있는가 하면. 조그만 벌레가 갉은 흔적이라던가. 바람결에 구겨진 흉터라도 남아있는 아욱을 풋내 빠지도록 주물러 마른 새우 넣고 조선된장 풀어 국을 끓인다. 들깨가루를 넣어야 구수하다고 대중 쳐서 얹고 아욱이 부드러워 질 때까지 약한 불에 놓는다. 이제 풋내나는 들판의 바람결도 삭아 아욱은 예감까지 익어 버린다. 드라마는 여자주인공이 풀이 죽어서 집을 떠나면서 약간 늘어진 눈꺼풀을 치키며 아직 남아있는 가을을 향해 손을 흔든다. © 김정기 2009.10.14

|컬럼| 403. 아령의 흉터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2021년 11월 현재 전시중인 ‘Surrealism Beyond Borders’를 관람했다. ‘경계 없는 초현실주의’의 황홀한 시간! 프랑스 시인, 정신과의사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 1986~1966)이 1924년에 선포한 ‘초현실주의 성명서’를 곱씹는다. 그의 폭탄 선언은 시(詩)에서 출발하여 모든 예술 분야에 걸쳐 전세계에 들불처럼 번졌다. 브르통은 당시 프로이트가 주창한 ‘무의식’과 그의 획기적인 논문 ‘꿈의 해석’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한다. 초현실과 꿈은 무의식의 텃밭에서 피어나는 의식의 꽃이다. 초현실의 뿌리에는 무의식이라는 본능이 도사리고 있다. 초현실에는 심리적 안전을 꾀하는 방어기전과 성적본능의 줄기와 잔가지들이 숨어있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