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깨기2 / 김정기 달걀 깨기2 김정기 토요일 아침 달걀을 깬다. 둘이 부딪치면 하나만 금이 간다. 둘의 싸움에서 한쪽만 부서지는 세상 사람들 같다. 먼 바다로 돌아가는 물살은 급해서 햇살을 앗아가는데 결국 하나 남은 성한 달걀은 이긴 것 같았지만 싱크대 모서리에 소리 내며 깨져서 피 흘리게 마련이다. 들창 너머 후미진 곳에 어두움을 만들던 여름도 서서이며 늪지를 감돌고 토요일마다 달걀을 깨는 손 끝에 맺히는 울음 © 김정기 2009.08.25 김정기의 詩모음 2022.12.01
|詩| 삶은 달걀 껍질 벗기기 나는 갈등의 알맹이를 찾는다 병아리 한 마리가 날개를 부르르 떠는 순간입니다 기나긴 염색체의 행렬이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담은 채 황야를 걸어가는 모습이기도 해요 당신의 개인정보가 여지없이 드러나는군 누군가 갈등이 없는 삶은 시시한 삶이라고 힘차게 말한다 끓는 물을 벗.. 詩 2018.10.07
|詩| 달걀을 위한 명상 오래 전에도 이랬다 흔들림의 껍데기에 손을 얹고 안쪽을 알아낸다 한쪽이 살아있다 끈덕진 존재감으로 다그치는 감각의 요술 전자파장이 타원형으로 퍼져나갑니다 전자파장이 몸을 파고듭니다 전자파장이 스르르 번지다가 작동을 멈추자 중력이 활짝 젖혀집니다 달걀을 나무라지 못.. 詩 2017.08.20
써니 싸이드* / 임의숙 써니 싸이드* 임의숙 꽃이 피는 소리입니다 톡,톡,탁,탁 일기예보는 믿지마세요 슬픈날과 기쁜날과 상관없이 마주친 눈 인사는 습성입니다 물컹 속 다 보이는 바닥은 캄캄한 사막의 동공 어제의 비밀을 찾아 나비가 날아오고 벌이 날아오고 발화는 방울방울 튀어야 하는 법 짜디짠 소금..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6.12
|詩| 암탉 달걀 몇 개를 어설픈 가슴과 배에 힘껏 조이고 눈을 촛불처럼 깜박거리며 자신의 생존여부를 확인하려고 조용이 몸부림치는 암탉을 본적이 있어요 그거 다 지나간 얘기라고 껄껄 웃으면 간단한 사연일 수도 있지 지금도 그 암탉의 눈에서 튕겨 나오던 불길을 잊을 수 없어요 그 어미 암탉의 눈빛은 아.. 발표된 詩 2010.08.19
|詩| 뭉게구름 베이지색 달걀이 눈물을 줄줄 흘려요 눈물 빛 또한 베이지색입니다 병아리 몇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스케이트 선수처럼 살얼음을 튀기며 활공비행을 한다 말이지요 드디어 병아리들이 이 세상 건너 쪽으로 퍼덕퍼덕 뛰어갑니다 보세요 무더운 여름 밤에 당신이 이불을 걷어차는 순간을, 존재의 껍데.. 발표된 詩 2009.08.31
|詩| 암탉의 경악 달걀 없이 살지 못한다 달걀은 신선한 아침 쉐이빙 로션만큼 필수적인 걸 주말 점심 시간 가까이 뚱뚱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다이너에 가봐요 달걀이 필수지 내가 당신에게 필수적 존재이듯 뒷마당 풀밭 클로버가 팔팔한 흙색 야생토끼의 필수이듯 동네 다이너에서 에그프라이를 삼지창.. 詩 2008.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