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눈빛 눈빛 앞을 똑바로 보는 기질눈을 크게 뜨기 가늘게 뜨기단단한 돌 배경에 각인된 정교한 장식텍스트를 압도하는 그림바람 세찬 맨해튼열렬히 사진을 찍는 백인 남자굵은 등허리가 압권이다 詩作 노트:2009년 여름 맨해튼 Skyline 버려진 철로를 관광한 후였다.황동규, 김정기 선생님은 입을 다무시고, 나는 입을 벌리고. © 서 량 2024.07.25 詩 2024.07.25
|詩| 낮술 낮술 초롱초롱한 눈빛 단단한 골격 memory, memory 검정색 갈색 머리 blond, 섬세한 붓질 당신 잇몸웃음이 살아난다 짧은 대낮 대화가 다 사라졌더라도 詩作 노트: 대체로 사람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골격도 마찬가지지 그때나 지금이나 © 서 량 2024.07.11 詩 2024.07.11
|詩| 아이들 눈 아이들 눈 살아있음은 스토리텔링이다당신이 특히 그렇다당신의 눈이 반짝인다별보다 더 빛나는 눈빛울면서도 웃는 눈아이가 혀를 보이며 웃는다안경 없이 세상을 보는 아이들눈이 나빠서 안경을 쓴 어른도 아이다 사실 詩作 노트:아이들을 위한 동화 동물이 판을 치는 동화 스토리텔링은 완전 어른들을 위한 여흥이다 © 서 량 2024.05.13 자서전的 詩모음 2024.05.13
|詩| 개나리 나리 개나리 나리 -- 마티스 그림 “푸른 앞섶주름”의 여자에게 (1935) 하늘색 옅은 색 앞섶주름이 너울거리네 여자 머리 머리는 밤색 머리 개나리 나리 나리 나리 한없는 벽 앞에서 불거지는 눈빛 눈빛 非言語 눈빛이네 詩作 노트: 마티스의 이 여자는 무관심한 표정이다 앞섶 주름장식이 눈빛을 대신하는 걸까 © 서 량 2024.01.03 마티스를 위한 詩 2024.01.04
|詩| 눈빛 눈빛 -- 마티스 그림 “리디아 델렉토르스카야의 초상화”의 리디아에게 (1947) 어쩐지 웃고 있는 눈 노랑 파랑이 반반씩 차지하는 빛깔 절반 정도는 정말 말로 하기가 쉬워요 오렌지색 배경 초록빛에 싸여 긴장하며 진동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참 따스합니다 詩作 노트: 러시아를 혈혈단신 탈출한 리디아 델렉트로스카야. 1932년, 22살에 마티스 스투디오의 도우미로 고용된다. 그녀는 1941년에 소장암 수술을 받은 후 마티스가 불편한 몸으로 활동을 계속하다가 84살에 사망한 1954년까지 그의 곁에서 20여년동안 스투디오와 갤러리를 운영한다. 둘의 나이 차이는 40살. 마티스의 부인은 1939년에 가정을 떠난다. 시베리아 소아과의사의 딸 리디아. 파리 소르본 의대를 다니다가 학비를 대지 못해 중퇴한다. 마티스의.. 마티스를 위한 詩 2023.11.30
|詩| 오른쪽 팔 오른쪽 팔 --- 앙리 마티스의 그림 “앉아있는 여자”에게 (1936) 옅은 선 짙은 선 둘 다 무슨 내막이 있다 굵거나 가늘거나 귀를 덮은 옆 머리가 눈빛과 매치되는 중 상박근, 上膊筋의 근력을 오른쪽이 도맡는다 투명하게 일그러지는 당신의 눈 코 입! 시작 노트: 가늘게 속삭이거나 분명한 어조, 語調거나 못 들은 척하는 눈빛으로 속 마음을 전한다. 앙리 마티스의 그림에 나오는 여자들이 늘상 그렇다. 이 여자가 하는 말을 듣고 있는 중이다. 오른쪽 팔에 숨겨진 근력, 筋力을 느끼면서. © 서 량 2023.04.11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4.15
무한(無限) / 김종란 무한(無限) 김종란 떨어지는 봄 시간 찻잔에 받쳐든다 미소 짓는 대화들을 모아 술병에 담아둔다 겹사구라 진분홍 꽃송이들 무거워 작은 웃음소리에도 흔들린다 푸르른 눈빛에 담겨 흔들린다 푸른 잔디와 하얀 길을 짚고 가는 무한, 벚꽃송이 들어 보는 무한의 손 꽃잎에 내리는 빛 무한 © 김종란 2018.05.01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19
현기증 / 김정기 현기증 김정기 눈을 감으면 보입니다. 이별이 아깝던 날 청춘의 눈물이 눈을 뜨면 안개 망에 걸려온 저녁 빛 숨지는 햇살에 당신이 가고 다시 오는 질긴 동아줄을 보았습니다. 세상의 산들이 기우뚱하고 흔들릴 때 부서지는 뿌리에 매달린 나무들의 애달픈 사랑 때로는 속을 드러내서 빛나는 최후를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풋풋했던 기억의 방에 들어가 드디어 당신을 놓아 주었지요 만지면 모두 하늘이 되는 땅 위의 형체도 이제 놓아버립니다. 막막한 길을 걷는 맑은 피가 균형 잃은 몸을 그래도 받혀 줍니다. 아득해서 더욱 가까운 시간의 눈빛을 마주보며 이 자리가 황홀합니다. 나는 완벽한 흰빛이 되어있습니다. 11월30일 © 김정기 2013.12.02 김정기의 詩모음 2023.01.10
담장, 여백을 두른다 / 김종란 담장, 여백을 두른다 김종란 무너진 곳 있으면 그곳에 걸터앉는다 저 멀리 눈 가는 곳 너무 흐린 회색은 지운다 물기 머금은 나무 한 그루의 평화를 둔다 허수룩한 곳에는 어김없이 푸르게 영롱한 풀 나무인양 의젓하다 담장을 두르고 내 안의 생각이 고루 호젓한 안마당 물기 부르는 퇴색된 마루엔 달리아 꽃 화분이 놓여있다 담장이 낮아서 돌개바람도 슬쩍 들었다 나가고 햇빛은 신을 벗고 낮잠 한바탕이다 기름 냄새 나는 눈빛 씻으며 소리없이 다가오는 것들 본다 가볍게 다가와 무겁게 목을 조인다 그 거친 바람 달래 담 밖에 둔다 여기 즈음에 있다는 것 시간이 서로 다른 돌들이 맞대어 오래된 이 시간을 동그마니 안으며 당신의 빛을 우려내는 곳 어느 여백에 푸름으로 담장을 두른다 © 김종란 2013.11.04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06
화성의 물 / 김정기 화성의 물 김정기 화성에도 물이 있대요. 숨은 사랑의 열기가 식지 않은 따뜻한 물이 하늘에 떠다닌대요. 나그네의 발자국에도 물이 고여 어둠속으로 스며들고 목마르면 손톱으로 샘을 파서 한 웅 큼 마시면 된대요. 파문이 일지 않는 강물은 밋밋해서 얼음판 같고 위로만 솟아오르는 분수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대요. 물이 있는 곳은 언제나 어둠뿐이라 색깔은 분별할 수 없대나 봐요. 눅눅한 시간 웃자란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도 오래된 사람의 눈빛과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 되었던 이렇게 불투명한 물속에서나마 소소한 대화의 끈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제비들이 떼 지어 남극으로 갈 때 묻어서 가다가 화성으로 가겠어요. 화성에 물을 마시면 잃었던 시간이 되돌아온대요. 안과 의사가 말했어요. 하루에 두 번씩 화성의 물을 떠다 눈.. 김정기의 詩모음 202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