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5

|詩| 안전거리

안전거리 다람쥐 한 마리 나무뿌리를 갉아먹는 중 나무는 거대하다 더 가까이 가면 당신은 쪼르르 도망갈 기색이다 새카만 눈동자 속에 무단 침입한다 그러지 말아요 희디 흰 토끼 한 마리 클로버를 한꺼번에 입에 넣는다 거대한 나무뿌리를 초록 파도 출렁이는 숲 속에 우뚝 선 등대뿌리를 야금야금 갉아 먹는 중  詩作 노트:New York Public Library 언저리에서 예쁜 다람쥐를 접근한 적이 있었다 좀 조심스럽게  © 서 량 2024.06.01

|詩| 입술 언저리

입술 언저리 -- 마티스 그림 “보라색 볼레로 블라우스”의 여자에게 (1937) 눈 속에 듬뿍 찬 눈동자 까만 눈동자 옅은 그늘 엷게 어리는 목 여자의 목 흰 치마폭 굵은 주름이며 오른손 위 왼손이 부드럽다 보라색 볼레로를 부추기는 빨간 립스틱도 詩作 노트: 이 마티스 그림 속 여자는 눈이 황소처럼 보인다. 블라우스는 투우사가 입은 볼레로 조끼처럼 보여. © 서 량 2023.12.21

|詩| 뭉툭한 손

뭉툭한 손 -- 마티스의 그림, "수영복 입은 여자"에게 (1935) J字로 시작되는 팔걸이 빨간 의자에 실비가 내려요 눈동자 손가락 아, 손가락도 없어 아랫배도 없는 여자 3月을 뒤로한 개나리꽃 빛 연두색 섞인 노랑색 배경이 두렵기는 하지 거의 검정색 입술도 줄이 죽죽 간 브라자도 詩作 노트: 의자나 테이블이 물체가 아닌 텍스트로 보이기도 한다. 마티스 그림의 여자도 그럴 때가 있다. 요컨대 물체는 선과 색의 싸움이다. 색이 스페이스를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선을 이긴다. 생물체는 특히 그렇다. © 서 량 2023.06.05

|詩| 검은 눈동자

검은 눈동자 --- 앙리 마티스의 그림, “바이올린과 함께한 여자”에게 (1923) 숭늉색 책상 바이올린 활이 나를 채찍질하네 심한 손가락 연습 손가락 연습의 휴식 점점 커지는 여자의 눈동자 숭늉색 발목 동공확대 동공확대 그림이 벽 위에 쌓이네 바이올린 몸체가 사라지고 우주가 전 우주가 고요해지는 오후에 시작 노트: 한 여인이 바이올린을 배와 무릎 사이에 옆으로 세워 얹어 놓고 바이올린 활을 손에 쥐고 있다. 음악 연습을 시작하려다가 잠시 무슨 생각에 잠기는지, 도중에 쉬는 중인지, 연습을 다 마쳤는지. 검은 눈동자에 동공확대가 일어난다. 마티스 그림 속 여자는 늘 모호한 분위기를 풍긴다. © 서 량 2023.0ㅈ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