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그늘 문 / 김종란
한여름 그늘 문 김종란 뒤 안 푸른 잎들 귀 세우고 수런거리는 녹음의 빗장 살짝 흔들린다 둥근 안경테 속 피로한 여행자의 눈빛에 푸른 물 속 그늘 문 열린다 끝없이 마주 보며 지어지다 허물어지는 초록빛 기와집들 꿈의 물고기 그림자 낮게 춤추며 숨 빛으로 지어지다 흔들리는 토벽들, 깊게 솟구치며 낮게 속삭이듯 흐르는 한여름 물 속 이야기 한 구절, 한 구절 변화하는 초록의 채도, 흔들리는 빛의 추 예기치 않은 여행, 되씹고 뒤쫓으며 앞서며 낯설음, 낯익음 뒤섞이는 깊은 물길 묵묵한 해시계 곁 잠잠하게 빛나는 물빛 눈에 어룽지는 연하디 연한 속뜻 詩作 노트: 수국 몇 송이 환한 여름 빛 내려 앉는 초록의 꽃병, 그 곁을 지나는 검은 고양이, 여름은 순식간이다. © 김종란 202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