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병 7

|詩| 붉은 거북이

붉은 거북이 -- 마티스 그림 “붉은 실내, 푸른 테이블 위의 정물” 속 여자에게 (1947) 머리는 위쪽 양팔을 앞쪽으로 꽃병에 꽂힌 여린 식물 실내에 둥실 뜬 보름달 달 속 여자가 슬며시 웃는다 빨간 벽 푸른 테이블 언저리로 지직, 지지직 갈라지는 거북이 등짝 詩作 노트: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시치미를 뚝 따고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서 야수파(野獸派)라 불리는 마티스에게 거북이 한 마리를 선사한다. © 서 량 2023.11.08

|詩| 꽃병

꽃병 -- 마티스 그림 "흰 옷을 입고 꽃다발과 함께한 소녀”에게 (1919) 방안에 흐르는 섬섬한 氣流 붉은 꽃 흰 꽃 복숭아색 세포분열 여린 듯 뚜렷한 여자의 눈길 氣流가 강해지고 책이 날아가고 테이블이 쓰러진다 詩作 노트: 전에도 말했지만 마티스 그림을 감상할 때 前景보다 背景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당신이 누구에게 말을 할 때도 그렇다. 단어 선택보다는 대화의 배경이 중요하다. © 서 량 2023.07.19

|詩| 비단실

비단실 -- 마티스 그림 “안락의자에 앉은 여자”에게 (1940) 꽃병에 꽂혀 위로 뻗치는 누에고치 벌레집 분홍색 누에고치 하늘색 벌레집 배경은 암흑 일부 새까만 암흑 안락의자를 독차지한 여자 시무룩한 여자를 봐봐 햇병아리 노랑에 떡 걸쳐진 홍당무색 종아리를 詩作 노트: 마티스 그림이 아늑해 보인다. 빨강, 노랑, 파랑과 새까만 암흑이 잘 어울리면서. © 서 량 2023.07.10

|詩| 클로즈업

클로즈업 --- 마티스의 그림 “몽상, 책 읽는 여자”에게 (1921) 주홍색 벽 앞 흰색 서랍장 검정색 줄이 쭉쭉 간 책 옆 꽃병이 호젓해요 검정색 부츠에 밀착, 밀착된 여자의 발 타원형 거울이 몇 십 배 확대하는 옆 머리 머리를 갸우뚱한 채 몽상에 빠지는 눈길, 뚜렷한 눈길입니다 시작 노트: 여자가 나오는 마티스의 그림에는 늘 스토리가 있다. 한 사람의 히스토리를 전혀 몰라도 좋은 반짝하는 스토리! 그런 순간을 언어의 붓으로 그림 그리듯 표현하는 재미가 보통 재미가 아니다. © 서 량 2023.05.23

|詩| 푸른 수첩

푸른 수첩 -- 앙리 마티스 그림, “책 읽는 여자”에게 20C 꽃병에서 눈을 떼는 순간 꽃병이 사라진다 재밌지 꽃병이 있다가 없다가 하는 거 빨간 꽃의 만개 턱을 괴는 당신의 두툼한 하박근 글자가 없는 책 하얀 책 광채 금방 밑으로 떨어질 듯 없는 그대로 가만히 있는 푸른 색 커버 삼성 휴대폰도 시작 노트: 꽃이 있다 없다 하는 명제에 시달린다. 그림 속 여자의 실체마저 의심한다. 있고 없음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마음가짐이 재미있어진다. 마티스의 책 읽는 여자가 시대를 뛰어넘는다. © 서 량 2023.05.15

|詩| 허벅지

허벅지 -- 앙리 마티스의 그림, ‘꽃과 함께 앉은 여자’에게 (1942) 꽃가지 빼곡한 꽃병 하나에 의자 다리가 넷이네 S자 모양 팔걸이에 얹히는 꽃 마음, 꽃 마음 손가락이 없는 오른손, 연한 손길이 홍시 빛 도는 주홍 색이네 대퇴근 대단한 언저리에 널브러지는 흰색 노랑색 어느새 봄 기운, 봄 기운 시작 노트: 마티스의 색채감에 홀린다. 무르익은 홍시를 연상키는 여인의 허벅지 색 선택이 대담하다. 봄이 그런 경지에 몰입하려고 벼르고 벼르는 4월 하순에. © 서 량 2023.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