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5

자줏빛 정원 / 김종란

자줏빛 정원 김종란 포도주 잔 밑 바닥에 남겨진 자줏빛 얼룩 정원이 어두워지는 무렵입니다 눈을 감으며 바라 보는 바람 소리입니다 소리 날아 오르는 깃털에 깃든 찰나를 잡았었지요 순간 찬란한 빛 흐려지며 매혹/ 어둠의 깃을 치고 날아 갔으니 바다 하늘 손 잡은 바다 흐려지는 부분 어느 곳 서성이지 않을까 밤이 찾아 드는 정원 Cassiopeia 자리를 지나 밤 하늘을 날아 다닙니다 그 찰나를 볼수 있을까 은폐된 검은 눈/ 그 분의 품에 들었을까 자줏빛 정원에서 귀 기울이는 시계 소리 바람 소리입니다 © 김종란 2014.09.02

무거운 깃털 / 김정기

무거운 깃털 김정기 남들이 다 달고 나르는 깃털이 물에 젖지도 않았는데 무겁고 아프다. 다시는 잠들지 못할 것 같이 날밤을 새면서 걸맞지 않는 노래, 비도 아니고 소녀시대도 아닌 김범수. 임재범 폭포에 맞아 주검이 된 0시의 햇살이 황홀하다. 도처에 흩어진 통증을 모아서 버려주는 당신의 손길 감옥에서라도 돌아와서 얼마나 고생했느냐고 물어 주길 바라며 기다린다. 형량이 얼마이기에 경축특사도 없단 말인가 아무리 불러도 뜨거운 명칭 사랑이여. 그래도 신선한 그림자 솔잎 사이 햇살 한 올도 아까운 나이에 모두가 손 흔들고 떠나버린 낯익은 밤거리에서 몸 안에 깃털을 하루 종일 뜯어말린다. 새벽이 오도록 보푸라기 깃털은 쌓여가고 아무리 둘러보아도 땅 위에 나는 없다. © 김정기 2012.03.01

고양이가 사는 집 / 김종란

고양이가 사는 집 김종란 누군가 떠나는 것에 대해 말해주었으면 떠나보라고 말해주었으면 고양이는 집에 들어와 때론 기지개 펴며 창틀에 앉아 노곤한 해바라기 불현듯 어른대다 사라지는 뜬 소식에 졸음이 쏟아져 안경이 코밑에 걸린 안주인을 지켜보며 우아한 꼬리를 부드럽게 펼 수 있는 작은 공간 깃털에 젖은 밤이슬 털어내며 나뭇잎 사이를 날아올라 사고뭉치 이 장난감 새들 내가 바라볼 때 제발 최면에 걸리시라 안하무인 내 거드름에 푹 빠지시라 내가 떠났더라도 잊지 않기를! © 김종란 200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