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떨새* 쿵! 쿵! 팀파니 소리 들린다 현(絃)은 미세한 빛을 파고드는 먼지일 뿐이야 들짐승 한 마리 눈 비비며 일어나다가 조금 더 자려고 돌아눕네요 음악이 유성처럼 둥둥 떠다니네 멜로디가 들리지 않아요 대위법이 이런 건가요 구름이 엉겨서 당신 옆얼굴처럼 보일 때 구름까지 쪼르르 날아가.. 詩 2011.09.13
삼월의 몽상 / 임의숙 삼월의 몽상 임의숙 오늘은 아래층 보다는 위층이 좋다 하얗게 길을 긋는 백조를 따라가다가 문득 나는 내가 날 수 있는 동안의 요금을 적어본다 공간의 허공이 넓을수록 삶의 계산대에 기대어 세어보는 숫자는 좀 여유로울까 편도인 이 계절이 짝수가 아닌 홀수이듯이 저 길은 돌아오는 길이 아니라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3.07
|詩| 구름을 뛰어넘는 다람쥐 진실로 저라는 존재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지금을 사는 척하면서 한 가닥 미미한 생명을 영위할 뿐이랍니다 더더구나, "존재론적 탐색"이라는 개념일랑 백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제 풍성한 꼬리, 저 어둡고 울창한 모세혈관이, 교묘한 우주의 방향감각이, 저를 후루룩 .. 詩 2010.07.25
|詩| 몸매 내사 참말로 모르겠다 어깨 허리 팔 다리 게다가 아랫배가 뭐시라고 나나 당신이나 그리도 노심초사 신경을 쓰노 겉으로는 짐짓 머리 매무새를 고치면서 내심 몰래 몸뚱이에만 눈독을 들이노 고개를 버쩍 들어 저 청명한 하늘을 봐라 대학교도 안 나온 저 막무가내 구름을 봐봐라 우리들.. 詩 2010.06.25
|詩| 겨울 사랑 내 겨울 사랑은 순전한 몸싸움이다 검푸른 구름들이 폭삭 주저앉아 엉엉 울다가 졸지에 얼음꽃으로 터지는 모양새다 내 겨울 사랑은 또 양 뺨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이제는 될 대로 되라! 하며 내뱉는 썰렁한 발언이다 나는 왜 입때껏 아랫배에 힘 한 번 꽉 주면서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지 몰라 검푸른 구름들이 말끔히 사라질 때까지 순전히 몸싸움만 할 것이다 당신과 나는 © 서 량 2002.12.24 -- 2019년 겨울호 발표된 詩 2007.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