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 4

괜찮다 / 김종란

괜찮다 김종란 마음 문 두드리시며 괜찮으냐 물으십니다 자만으로 가득 차 절벽 끝에 머물다가 떨어지는 나에게 핏빛 노을 되어 물으십니다 자기 연민의 족쇄에 채워져 어두움속에 숨어 있을 때 다 놓아라 너의 그 수치심과 자괴감 모두 다 내려 놓아라 너를 바라보는 너 그 비판과 회의의 충혈된 눈 그 어두운 거울을 깨뜨려라 나만 바라 보아라 활을 힘껏 당겨 그 과녁을 바라보듯 내 정 중앙으로 힘껏 겨누어 화살같이 날아 오너라 그렇게 내 가슴 한 복판에 명중 하여라 괜찮다 이제 너는 너의 자리에 있으니 © 김종란 2012.09.05

하루 / 김종란

하루 김종란 반딧불 일렁이듯 오월 보리물결 뒤채듯이 한치의 공간에 슬며시 들어선 좀도둑 이무로이 미소 짓다, 기웃대다 어여쁜 것 훔쳐 내빼지 오늘 그리고 미래의 몸으로 세상을 지은 말(言) 품은 화살로 한치의 여지에 그대 안 부르르 떨며 명중하는 흙의 꿈 쓸모를 버릴 수 없어 과녁은 지는 석양을 나르는 화살의 꿈을 꾸네 하루 하루 낯익은 도둑을 배웅하며 들숨과 날숨 사이에 새겨보는 말 세상을 짓는 말 © 김종란 2010.12.14

|詩| 사과를 위한 터무니없는 변명

사과를 탓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일일 거다 한입 맛본 후 덤벼들어 더 깨물어 먹고 싶은 새빨간 사과가 자타가 공인하는 내 삶의 과녁일망정// 사과는 내 무모한 사랑을 독차지한다// 황망한 시련의 끝머리에서 사과가 세차게 흔들린다 미련을 버려라 미련을 버리거라// 나는 사과를 욕보인다 앞뒤관계가 맞지 않는 순간에 설익은 논리의 틀을 홀랑 벗어 던지고 전혀 예기치 못한 자세를 취하면서 톡톡히 반항을 할지언정 © 서 량 2011.06.12 – 2021.04.08

2021.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