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3

|詩| 구름의 속도

커다란 구름 덩어리가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기류를 헤치고 질주하는 것을 보았다 우주탐색 로켓처럼 당신과 내 사이를 슝슝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거야 구름의 가장 무서운 습성은 과속이 잦다는 것 구름은 교통 단속을 받지 않습니다 구름은 절대로 하늘을 벗어나지 못하기에 그래서 무진장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실성을 해도 누가 뭐라 탓하지 않아요 핏빛 석양을 깨물어 먹는 날짐승 공룡들이 원시의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절단한다 공룡의 과속은 지구와의 결별을 위한 수단이다 구름이 시야에서 필연적으로 사라진다 구름의 행적을 찾아내서 내 알뜰살뜰한 원근법 안쪽으로 끌어드릴까 하는데 총알보다 빠른 구름의 몸놀림을 맨눈으로 쫓아갈 수 있다 하는데요 커다란 구름 덩어리가 당신과 내 속을 발칵 뒤집어 놓는..

2023.01.28

|詩| 낯선 사람들

어깨를 하늘로 향하는 동작 또 다른 한편 이상하다 아기 공룡 S자 모양 목 선이 참 친숙해요 당신 말이 다 맞다고 단정 내리는 순간이지 황혼 녘 아기 공룡에게 말을 붙이는 순간 내 속 낯선 사람 여럿이 뛰쳐나와 군대 식으로 뻣뻣이 서있는 모습 2중 언어 대뇌피질에 맺히는 이슬 방울 무슨 말을 해도 절대 통하지 않지 나는 내게 한참 낯선 사람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쿵 쓰러지는 아기 공룡 또 다른 한편 아무렇지 않다 무슨 말을 해도 괜찮지 그치 이제는 시작 노트: 자폐증 환자를 면담하다가 친밀한 감정이 솟는다. 내가 그의 속 마음을 전혀 몰라도 괜찮다는 생각에 휩쓸린다. 부모, 형제, 나 자신도 서로에게 다 낯선 사람들이라는 깨달음이 터진다. 비스마르크 왈, 소시지와 법에 대한 존경심을..

발표된 詩 202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