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5

조국 / 김정기

조국 김정기 한글로 조국이라고 쓰면 잉크자국이 종이위에 번져 나간다. 입속으로 조국을 발음하면 목구멍으로부터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3사단 연병장에 날리던 태극기 파크 애비뉴 56가에서 만날 때 마다 가슴이 뛴다. 논두렁에 풋콩이 여물고 달뜨는 저녁이면 냇가에서 버들피리 소리 조국의 숨소리로 들린다. 핏줄은 속일 수 없다고 거리에서 만나는 동포들 걸음걸이만 보아도 낯 익어 눈이 부시다. 강원도 한탄강 강물에 비추인 조국이여 그 맑음이여 영원한 그리움이여. 당신이 나를 버려도 나는 祖國을 버리지 못한다. © 김정기 2010.09.13

|詩| 맨해튼 봄바람

봄바람 부는 날 쪽배에 탄 채 강물에 떠내려 갔지요 물결도 내 몸도 내내 가벼웠어요 둥둥 떠내려 갔지요 맨해튼은 가벼운 섬입니다 맨해튼은 생김새가 꼭 고구마 생김새예요 맨해튼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모두 얼굴이 고구마 모양이잖아요 자세히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바람이 목 언저리를 자꾸 파고드는 날 당신과 내가 수소, 산소, 질소, 탄소가 되어 하늘에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맨해튼을 사랑하기 때문인가요 봄바람이 연거푸 불어오는 날이면 © 서 량 2008.04.14 - 2021.03.29

2021.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