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를 위한 詩

|詩| 대각선

서 량 2023. 5. 19. 19:34

 

대각선

-- 마티스의 그림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1926)

 

저 삐딱한 자세를 보세요

촘촘한 격자무늬

쑥색 암체어에 숨겨진 함정

검푸른 구름으로 무릎을 가린 여자

벽돌색 바닥에

오른쪽 발바닥을 대고

*아포칼립스를 기다리는 갸름한 얼굴을

 

*Apocalypse: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세상의 종말

 

시작 노트:

마티스가 화폭에 담은 여자들 중에 무심한 표정의 여자들이 많다. 나는 여성이라는 정치적인 표현보다 여자라는 말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 그림 속 여자는 세상의 종말이 와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얼굴이다.

 

© 서 량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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