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폭설 / 김종란

서 량 2022. 1. 8. 02:07

 

폭설

 

                                     김종란

 

눈이 내렸다 나는 눈이 내리는지도 몰랐다 나는 사랑이 지나가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눈이 펑펑 내리는 동안 나는 깜깜했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새벽 창문을 열고 폭설에 갇히는 꿈을 꾼다 지나가는 사람 가두는 폭설 소설가 김지원을 생각한다 수제품 소설 '폭설'을 보며 한권 다 카피 하다가 고장 났다던 친구의 제록스 기기를 생각한다 과부하 카피의 과부하 넘쳐나서 멈춰버리는 사랑 폭설을 꿈꾼다 눈이 푹푹 내려도 상관없는 깊은 산 산사에서 고장난 제록스 기기를 생각한다

 

 

시작노트:
밤새 빛 잃어 어둠에 머물다 새벽녘, 폭설을 만났다. 소설가 김지원, 채원은 20대 부터 소리없이 걸어오는 흰 눈길 같다. 나 혼자구나 하고 둘러 볼때 그들이 먼 빛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서로 다른 고유의 빛을 발하며. 마치 사람의 빛이 다르듯 소설 속에서 스며나온 빛도 다르다. 폭설에 갇히고 싶다. 적나라한 꿈결 속으로.

 

© 김종란 01.07.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