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표범무늬 블레이크

서 량 2022. 1. 15. 18:10

 

저 플라스틱 연장통은

새 시대를 위한 詩的 장치

폭발직전의 페미니즘이야

연장통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십자 스크루드라이버를

능숙하게 조이면서 블레이크가

詩語를 바꾸고 있어요 

플라스틱은 반 정도만 투명해, 끝내

블레이크는 동양철학 설파에 실패한다

호랑이 꼬리가 시계 방향으로

꽉 비틀어 조이는 그림의 詩想은 무언가

*Tyger Tyger, burning bright,

In the forests of the night;

부처가 엄지와 검지로 그리는 ‘ㅁ’ 공간 위쪽

삐딱한 허공을 지적하는 표범무늬

저 세 번째 손가락은 무언가, 無言歌 속에

물음을 묻고 나를 쿨쿨 잠재우는 당신은 무언가

 

*신비주의자, 선지자로 불리는 영국 시인 William Blake (1757~1827)의 대표작

“The Tyger”의 첫 두 줄. 그는 판화가로 명성을 떨치면서 예언자라는 말도 들었다.

 

시작 노트:
40년 전쯤 코넬의대 정신과 수련의 시절 내 환자가 몇 달 후에 퇴원하는 날 아침이었다. 그가 작별인사를 하겠다며 목청을 가다듬고 읽었던 시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Tyger Tyger, burning bright..." 하는 시였다. 그 시를 가끔씩 불교경전이라도 읊듯 소리내어 읽는다. 블레이크가 1794년에 시화로 완성한 시를. 호랑이띠를 마지하는 마당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 서 량 2021.12.20

뉴욕 중앙일보 2022년 1월 14일자 <글마당>에 실림

https://news.koreadaily.com/2022/01/14/society/opinion/20220114174615464.html

 

[글마당] 표범 무늬블레이크

 

news.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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