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플라스틱 연장통은
새 시대를 위한 詩的 장치
폭발직전의 페미니즘이야
연장통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십자 스크루드라이버를
능숙하게 조이면서 블레이크가
詩語를 바꾸고 있어요
플라스틱은 반 정도만 투명해, 끝내
블레이크는 동양철학 설파에 실패한다
호랑이 꼬리가 시계 방향으로
꽉 비틀어 조이는 그림의 詩想은 무언가
*Tyger Tyger, burning bright,
In the forests of the night;
부처가 엄지와 검지로 그리는 ‘ㅁ’ 공간 위쪽
삐딱한 허공을 지적하는 표범무늬
저 세 번째 손가락은 무언가, 無言歌 속에
물음을 묻고 나를 쿨쿨 잠재우는 당신은 무언가
*신비주의자, 선지자로 불리는 영국 시인 William Blake (1757~1827)의 대표작
“The Tyger”의 첫 두 줄. 그는 판화가로 명성을 떨치면서 예언자라는 말도 들었다.
시작 노트:
40년 전쯤 코넬의대 정신과 수련의 시절 내 환자가 몇 달 후에 퇴원하는 날 아침이었다. 그가 작별인사를 하겠다며 목청을 가다듬고 읽었던 시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Tyger Tyger, burning bright..." 하는 시였다. 그 시를 가끔씩 불교경전이라도 읊듯 소리내어 읽는다. 블레이크가 1794년에 시화로 완성한 시를. 호랑이띠를 마지하는 마당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 서 량 2021.12.20
뉴욕 중앙일보 2022년 1월 14일자 <글마당>에 실림
https://news.koreadaily.com/2022/01/14/society/opinion/202201141746154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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