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거꾸로 보기

서 량 2021. 9. 26. 23:27

 

하늘이 좋아서  

하늘을 거꾸로 보고 싶었어

철봉에 오금을 걸고 매달려 몸을 흔들다가

첨벙, 하늘로 뛰어들었지

 

당신의 신은 지금 어디쯤에서 목욕을 하고 있나

 

옛날 금관악기 소리 들린다

물소리, 신의 소리, 중세 음악, 하늘 속 깊이 깊이

거꾸로 치솟는 저 짙은 옥색의 파동!

 

적외선 경보 시스템이 작동 중

천기를 누설하려나, 첩보원 몇명 어슬렁거리네

새까만 동공을 감싸주는 홍채가 마구 진동하는

당신 꿈 끝부분에 꿋꿋하게 누워있어 나는

하늘을 발 아래 두고 아, 발 아래 두고

 

© 서 량 202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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