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슈만을 상상하다 / 김종란

서 량 2023. 1. 31. 19:06

슈만을 상상하다

 

                                  김종란

 

텅 비인 마음이 있었다

바람도 머물지 않는 공간에 활을 그으며

운지하며, 눈짓과 화음으로

찰나를 달리는 손

 

등을 구부리고 주저앉은 후미진 곳

음악이 찾아와 흐른다 

정신의 황홀과 불안 사이

징검다리를 걷던 그, 우리 곁으로 

 

눈을 감고 슈만의 음악으로 들어가

이 불안과 보이지 않는 무거운 짐 그에게 

빛 속에서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슈만

그의 음악에 자맥질하다 취하여 날개를 단다

징검다리를 건넌다 어둠 속 그는 울고 있다

 

이 지극한 어둠을 내리긋는 바이올린의 활

천상의 뛰노는 음

 

© 김종란 202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