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러닝셔츠 / 폭설
김종란
죽은 듯 침대에 누운 겨울 입김 후 불면 거울에
드러나는 겨울 침대 끝에 떨어져 있는 마른 손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옮기는 마른 발걸음 이미
높이 자란 사유의 나무에 기대어 땀 닦아 내는
푸른 웃음 해 기울도록 마룻장 걸레질 하는 동안
다시 해 떠올라 온 종일 물 긷는 동안 자유로이
거울 안 바람 소리 시원하고 글 쓰는 소리 사각인
다 잠시 몸 비워 두고 보이다가 보이지 않는 거울
흰 러닝셔츠 바람 글 쓰는 어깨 위로 폭설이다
*잠시 겨울에 잠든 김기천 시인에게
© 김종란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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