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사과
-- 시리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남기고 가신 소설가 김지원님께
김종란
녹음 우거진 공원으로 검고 긴 머리 휘 날리며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갔다
그녀의 눈은 풍성한 머리 바로 밑에서 꿈꾸고
문자는 두 손에 가슴에 춤추는데
스무 살의 그녀는 갔다
시린 손으로 따뜻한 가슴을 안으며
바람 부는 곳으로
있지 않은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남겨 놓았다
그녀는 언제나 스무 살이다
백 년의 베개머리에서
미리 온 가을 햇살처럼 환하다
백발이 무성 하여도
그 가을 햇살에 찍힌 세상은
한 입 베어 무는 빨간 사과
시어서 눈물 맺히며 웃음 환하다
© 김종란 201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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