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빨간 사과 / 김종란

서 량 2023. 1. 1. 21:43

 

빨간 사과

-- 시리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남기고 가신 소설가 김지원님께

 

                          김종란

 

 

녹음 우거진 공원으로 검고 긴 머리 휘 날리며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갔다

그녀의 눈은 풍성한 머리 바로 밑에서 꿈꾸고

문자는 두 손에 가슴에 춤추는데

스무 살의 그녀는 갔다

시린 손으로 따뜻한 가슴을 안으며

바람 부는 곳으로

있지 않은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남겨 놓았다

그녀는 언제나 스무 살이다

백 년의 베개머리에서

미리 온 가을 햇살처럼 환하다

 

백발이 무성 하여도

그 가을 햇살에 찍힌 세상은

한 입 베어 무는 빨간 사과

시어서 눈물 맺히며 웃음 환하다

 

© 김종란 201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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