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양산을 쓰고
김정기
웨스트체스터 하늘을 통째로 가리고
자외선이 분결같은 얼굴에 닿을 세라
몸에 남은 물이 다 태워질 세라
통증가득 실은 비행기가 처 들어 올 세라
폐허에서도 달콤한 감각을 가져 다 주는
연분홍 양산을 쓰고
외출을 했다
맑은 칠월 땡볕을 가리려
진분홍 반짝이마저 달려있는
날아갈 듯 고운 양산을 쓰면
머나먼 것들이 보이고
연약한 부분에 힘줄이 생기고
가마꾼이 없어도 가파른 산엔들 못 오르리.
연분홍 양산을 쓰고.
아! 그림자도 반짝이는 양산을 쓰고.
© 김정기 201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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