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6월 도시 / 김정기

서 량 2022. 12. 31. 19:13

 

6월 도시

 

               김정기

 

지난 봄 꽃들의 주검 위에 비를 뿌리고

내 품에 스며든 젖은 꽃잎

친구의 숨결 속에 가서 안기는데

영산홍 송이마다 햇볕 한 장 눈부시다.

 

뜨거운 뇌우도 번쩍일 푸른 숲에

아직도 남아있는 혈기를 다스리며

앰뷸런스는 도시의 정수리를 관통하고

허리 꺾긴 달력 안에 숨는구나.

남은 날들의 은빛 어깨에 기대어

빈집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 듣는다.

윤기 도는 솔잎들이 숨 가쁜 정오 도시를 밝히고

정돈된 거리에서 후둑이는 빗방울 맞으면

유월은 물결이 된다.

세월이 된다.

 

© 김정기 201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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