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서서 꾸는 꿈

서 량 2021. 4. 3. 21:13

 

시간이 비틀어져요 내 중뇌(中腦) 깊숙이 붙박이로 자리잡은 시간관념이 배배 꼬이네 은행나무 나이테 동심원 동그라미들 뺨이 움푹움푹 파여요 진한 핑크 빛 뒷동산이 쑥쑥 자라 옛날 옛적 KBS 방송국 근처 남산 송신탑보다 훨씬 높게 하늘을 찌릅니다 어마어마해요 산길 오솔길 위에 맹목의 발자국들이 차곡차곡 쌓이는구나 한동안 단전호흡을 하다가 슬며시 눈을 뜨면 남산이 콩알만해 진다 당신의 알뜰한 피부감각이 스르르 흩어지면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내 환상의 변두리를 훌훌 넘나드는 흰옷 입은 신선들의 긴 은발만 자꾸 눈에 밟혀요

 

© 서 량 2011.06.24

<꿈, 생시, 혹은 손가락> (시와 시세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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