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당신이 눈치챘으리라 믿지만 나 근래에 한드(한국 드라마)에 푹 빠졌다. 아무래도 중독인 것 같아. 틀림 없을 거야. 월화 드라마 <마이더스>, 수목 드라마 <가시나무 새>, 토일 드라마 <신기생뎐>, 이렇게 세 개를 열심히 다운로드 받아서 보려니까 퇴근 후 집에 와서 그렇게 바쁠 수가 없는 거야. 아, 물론 급한 성미에 다운로드를 받는 도중부터 드라마를 본다 이거지. 식곤증으로 초저녁잠을 자고 시간이 딸릴 때는 주말에 보게 돼. 열심히. 그러면 주말은 주말대로 바빠.
마이더스는 대재벌의 자식들 형제자매들이 증권거래를 통해서 펼치는 돈에 대한 아귀다툼을 묘사하는 드라마다. 김희애가 입꼬리를 힘껏 뒤로 힘껏 뗑기고 눈을 크게 뜨고 장혁을 노려보는 표정이 장혁을 잡아먹겠다는 심사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아. 장혁은 장혁대로 음산한 목소리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말을 잘 골라서 한다구.
가시나무 새? 어, 그건 또 어렸을 때부터 친엄마를 찾아 헤매는 여자애들이 엮어내는 희비애환이 주제지. 물론 한혜진과 김민정이 서로 친구이긴 하지만 둘 다 너무 눈을 크게 뜨기 때문에 늘 놀란 사람처럼 보인다구, 참, 나. 눈이 크다는 게 뭐 그리 대수인지. 남자 쥔공 주상욱은 남자이기 때문인지 그렇게 일부러 눈을 크게 뜨지 않더구만. 킥킥. 이 드라마도 출생의 비밀에 디게 신경 쓰게 한다. 세상에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
참참. 신기생뎐은 내가 처음 보는 순간부터 다리에 전기가 오는 것 같은 임수향이 새침떼기 내숭과로 나온다. 임수향이는 일부러 크게 뜨지 않아도 워낙 눈 면적이 지구본의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처럼 넓어서 꼭 무슨 만화영화 주인공 같다구. 김보연이 기생 총대빵으로 나오는데 그렇게 그렇게 말을 하는 태도가 공손한 거야. 응, 맞아. 한진희가 의사로 나와. 글쎄 옛날에 김혜선을 건들여서 쥐도 새도 모르게 태어난 애가 임수향이라는 거라. 그걸 본인들은 전혀 모른다. 관객들은 다 아는데. 흐흐흐.
사람 욕심이 끝이 없어 근데. 수목 드라마로 나오는 <로열 패밀리>도 디게 재미있는 거 당신 알아? 근데 그것도 또 대재벌의 자식들이 서로 심리적으로 물어뜯고 벌이는 재산 싸움이야. 변호사로 나오는 지성을 보면 남녀를 떠나서 어쩌면 사람 얼굴이 저렇게 앙증맞고 깜찍할 수가 있을까 싶다. 아, 저런 걸 가지고 꽃미남이라고 하는구나 하면서 씁쓸히 웃으며 얼굴을 한 번 쓰다듬어 보게 되는 그런 생김새라구. 그렇게 사내가 계집을 후리게 생겼으면서 이름이 지성은 또 뭐야, 지성이.
왜 이렇게 흥분하면서 떠들어대냐구? 히히히. 물론 나도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없지. 얼굴에 바른 화장품의 두께며 땀구멍까지 다 훤히 들여다뵈는 하이 덴시티 화면으로 보는 저 예쁘고 잘생긴 얼굴들. 화려한 의상. 사람의 기를 쥑이기로 굳게 결심하고 설치한 근사한 가구들. 대 재벌들이 음으로 양으로 노출하는 탐욕심. 끈적한 모함과 계략. 허기진 남녀들이 서로를 갈망하는 저 커다란 눈. 번질번질한 눈 흰자위. 동물왕국을 지배하는 공격적인 눈길. 눈길. 눈길... 이런 거 재미있잖아.
재미 없어? 큭큭. 이것 봐요. 왜놈들이 방사능을 바다에 쏟아붓고 독도가 즈네들 땅이라고 우기면서 한국에서 보내는 성금 안 받겠다고 지랄발광을 하는 이 발칙한 현실을 잠시나마 도피하는데 이거보다 더 좋은 거 있으면 나한테 가져와 봐요. 물론 당신이 그런 걸 못 가져 온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어쩌겠다는 건 아니다, 뭐. 으하하.
© 서 량 201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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