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타고난 행복

서 량 2011. 3. 28. 22:04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알맞은 거리에서 산과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우아하게 관찰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산을 정복하겠다는 생각을 애초부터 하지 마세요 , 알았어 산의 품에 안기는 주제에 산을 정복하다니 등산을 하지 않고 등산객들을 유심히 관찰만 하며 지내는 사람들 마음에 힘차게 호소한다는 것도 참 골치 아픈 일이랍니다 바람 심하게 부는 날 파자마 바람으로 산상의 기류를 휘젓거나 샤워타월로 머리를 감싼 채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산마루를 넘어보아라 꼭 무슨 노래를 불러야 된다는 법은 없지 달빛 따스한 산 꼭대기에 올랐다가 하산하기는커녕 그냥 거기에 영영 주저앉아 살아도 괜찮대요 산 타는 사람들의 제일 찌질한 불행인즉 행동자는 관찰자가 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행동하는 사람은 끝내 관찰하는 사람의 희생물이 되고 만다 그래, 저 냉랭한 신의 표정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어 그런데도 당신은 행동하고 싶다고요? 기어이 산을 타시겠다고요?

 

© 서 량 20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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